“민생” 민생법안 올인 한나라, “투쟁” 또 거리 나서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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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포기하던 민주당 이젠 학교 폐쇄하려 해”
한나라, 민주당 비판 + 민생 투 트랙 전술

박희태

일요일인 26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 장광근 사무총장과 김성조 정책위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30분 간격으로 기자간담회를 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선 최근 미디어 법안 처리 이후 정국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처법을 읽을 수 있었다. 일종의 ‘투 트랙’ 전술이었다. 우선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학업을 포기하다 뒤늦게 등교해 수업과 교실을 엉망으로 망쳐놓고 이제 학교를 폐쇄해 버리겠다는 태도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행태”(조윤선 대변인)란 인식에서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지지세력을 챙기는 ‘집토끼’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미디어 법안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과거에 좀 소원했던 재야단체 등 원군(援軍)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장 총장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00일 투쟁을 선언했는데 100일은 앞으로 다가올 10월 재·보선 국면의 초입”이라며 “정국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서 10월 재·보선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장외에서 친노무현 세력과 후보연대 등을 통해 10월 재·보선에서 일정 성과를 내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여세를) 몰고 갈 것”이라고 봤다.

한나라당은 동시에 민주당과의 차별화 전략도 다듬고 있다. “국회에서 비정규직·영세상인·서민근로자를 챙기는 게 민주주의”(조 대변인)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려 한다. 민생 행보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내일부터 민생 살리기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선 하반기 핵심 과제로 지역경제 살리기를 선정, 곧 현장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비정규직 법안을 포함, 노동 관련법 논의를 위한 노동특위는 물론 정병국 의원이 본부장으로 있는 서민행복추진본부 등의 활동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장외로 나선 민주당이나 민생 행보를 하는 우리나 한동안 각자 제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6월 국회를 거부하다가 국세청장·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참여했던 전례를 거론하는 인사들이 있다. 8월 중순으로 알려진 신임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간 대화채널이 재가동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다.

고정애 기자

“미디어법 무효 때까지 100일간 장외투쟁 돌입”
초강경 모드 정세균 성공할까 패착일까

정세균

민주당은 26일 불볕더위를 뚫고 거리로 나가기 위한 숨고르기를 했다. 다음 주 중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해 “미디어법 원천 무효” 주장을 내걸고 100일 동안 매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장외투쟁의 중심에 선 건 정세균 대표다. 24일 엿새간의 단식을 끝내고 회복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정 대표는 25일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역 광장에 섰다. 그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언론악법 무효화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고 외쳤다. 민주당이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된 데는 정 대표의 선택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앞서 원내대표 간 미디어법 협상의 고비에서 정 대표는 단식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자 협상은 경직됐고 법안이 처리된 뒤엔 투쟁 수위를 높이는 것 외엔 길이 없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직 사직서를 써서 정 대표에게 맡겼고 정 대표는 본인의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던졌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은 한때 그를 향해 “선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해 왔던 민주연대 등 당내 강경파를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이 같은 정 대표를 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그와 가까운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 밖에서도 이제야 ‘야당 대표답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고, 한 중진 의원은 “정 대표의 장점이던 합리적 이미지와 온화한 성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휴가 갈 때 휴가 가면 한나라당과 어떻게 싸우나”=정 대표는 25일 “놀 때 놀고 휴가 갈 때 휴가 가면 한나라당과 어떻게 싸우겠느냐”고 말했다. 의원들에겐 ‘휴가·외유 자제령’으로 해석됐다. 이달 말 3박4일의 휴가 일정을 잡았던 한 의원은 “지난해에도 7월 국회가 지각 개원해 여름휴가를 못 갔다”며 “이번에도 못 가면 가족들의 불평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의원은 “이달 말부터 상임위별 의원외교 일정이 많다”며 “지도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리투표 논란 계속=민주당 전병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는 이날 “전자투표 로그인 기록 분석 결과 신문법 표결 시 찬성 투표를 해놓고 취소한 뒤 다시 찬성 투표한 반복 투표가 17건이나 나왔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료가 투표 안 한 줄 알고 돌아다니며 대리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신문법이 무효가 되면 방송법도 무력화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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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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