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잠이 웬수 …’ 지각해 올스타 전세기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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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야쿠르트 마무리 임창용(33·사진) 때문에 올스타를 태운 비행기가 연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늦잠을 잔 임창용이 약속시간을 넘겨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 올스타전 참가 선수들은 25일 2차전이 열리는 히로시마로 이동했다. 24일 1차전을 삿포로에서 야간 경기로 치른 뒤 다음 날 오전 이동하는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선수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임창용만 보이지 않았다. 하라 다쓰노리 센트럴리그 감독은 전세기 출발을 지연시켰다. 15분가량 지각한 임창용은 가까스로 비행기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악천후 때문에 히로시마 공항 착륙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선수들은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호텔에 들를 시간도 없어 선수들은 곧장 경기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선 당일 이동이 없다. 경기가 아무리 늦게 끝나도 새벽에 이동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경기 당일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잔다. 반면 이동거리가 먼 일본은 당일 비행기나 고속철도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임창용은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있다.

모두를 가슴 졸이게 만들며 등장한 임창용이지만 마운드에서는 씩씩했다. 2차전 8회 말에 등판해 1이닝을 삼자 범퇴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특히 앞서 연타석 홈런을 때린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예상 밖의 쇼맨십을 보였다.

임창용은 평소에 던지지 않는 시속 95㎞ 슬로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이어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연달아 던져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임창용은 “마쓰나카가 워낙 잘 치고 있어서 하나 더 쳐보라고 느린 공을 던졌다. 내겐 잊지 못할 올스타전”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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