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가 꼽는 신흥국은 한국·중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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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호 22면

이소연씨는 "기회를 기다리며 계속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소연(31)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에임스연구소에서 ISU의 여름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세계 35개국에서 온 학생의 반 정도는 우주 분야 연구원이며 나이는 2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에 이른다고 한다. 19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소재 에임스연구소에 있는 이소연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주인, 우주 산업, 나로호 발사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그 요지.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

-나로호 발사에 대한 그곳 반응은?
“한국이 로켓 발사를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고 있다. 한국의 가난과 6·25를 기억하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10개가 넘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발사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은?
“용기와 가능성을 품고 우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다. ‘실패하면 어쩌나’ ‘일본은 달 위성 쏘는데 우리는 너무 늦는 게 아닌가’ 하는 반응도 있지만 나로호 발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분들이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말해 달라.
“나쁘지 않다. 러시아에서 훈련 받을 때 ‘투자 대비 성과의 면에서 한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우주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20년도 안 된다. 절대 예산도 적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우주산업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주 산업 분야 강국들의 파트너가 되는 게 쉽지는 않다. 우주 분야 강국들은 20~30년 전부터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텃세가 있다. 그러나 NASA 측 사람들은 새로운 참가국이 필요하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라고 말한다. 우주 선진국들은 한국이 우주 분야에서 멀리 보기를 바란다. 10~20년 후를 말이다. 이들도 한국이 3~5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는 투자 성향을 알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를 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인데 아직은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평이 있다.”

-일단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는데.
“우주 분야는 이제 절대로 혼자 추진할 수 없고 둘이나 셋도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주 분야는 온 지구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주정거장만 봐도 러시아·미국·유럽·일본 등 참가국들이 각기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 ‘왜 NASA와 손잡지 않는가’ ‘유럽이 열심히 한다는데…’ 등의 말이 나온다. 실상은 다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 강국 중 한 나라라도 놓치면 우주 분야에서 성공하기 힘들어진다.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고 사람을 우주로 보낸 러시아도 유럽과 미국 없이 독자적으로 우주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유럽·미국 등 모든 우주 산업 강국들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개선해야 한다.”

-우주 분야에는 국가 영광의 차원도 있지만 납세자들은 경제성에도 관심이 많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 큰돈을 번 사람이 꽤 많다. 대부분이 돈 벌기 위해 우주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주 관광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여기서 만났는데 돈벌이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우주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넓히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회가 넓어지면 나도 한번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며 ‘돈 벌려고 했으면 진작에 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20~30년간 주말에도 수없이 많은 밤을 새워가며 몰두했다고 한다. 우주 개발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spinoff)이 많은데 이제야 상업성이 증명되는 경우도 있다.”

-그곳에서 우주인들을 만났는지.
“교수님 중에도 우주인들이 있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걱정도 많이 해준다. 이런저런 일들이 힘들 텐데 어떻게 하고 있느냐며 조언도 해준다. 쟁쟁한 우주인들이 많기 때문에 ‘누가 나를 쳐다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곳에서 만난 우주인들이 칭찬과 격려를 해 줬다.”

가장 존경하는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ISS) 선장(2007~ 2008)을 지낸 바 있는 페기 윗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러시아 우주인인 세르게이 크리칼로프도 존경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파일럿 출신 못지않은 경험과 실력을 갖췄다.”

-우주에 다녀오면 사람이 달라지나.
“삶에 대한 철학이 바뀌기는 하지만 일반화하기 힘들다. 최근 우주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3~4명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주가 사람을 이렇게 바꾼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성장과정·국가·국가의 규모 등에 따라 다르다. ”

-달에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주정거장에서 본 지구와 달에서 본 ‘달처럼 떠있는’ 지구는 다르다고 한다.”

-우주인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나.
“같은 체험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친한 우주인들끼리는 매일 만난다.”

-우주 경험은 어떤 느낌인가.
“미국이나 일본같이 사람들이 많이 가는 해외 출장지가 아니라 뭔가 특별한 곳으로 출장을 가는 것과 같다.”

-출장을 다녀오면 선물을 사오기도 하는데. ‘우주 출장’을 다녀오면 어떤 선물을 하나.
“같이 찍은 사진이나 접착식 메모지에 우주에서 도장을 찍어다 주기도 했다. 우주정거장 도장을 찍어서 선물하니 몇천만원짜리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장차 우주인이 되고자 하는 초·중·고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선배들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 성공한다’고 말한다. 기회와 성공, 둘 다 중요하지만 둘이 만나기가 힘들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에게는 항상 기회가 오는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기회는 항상 더 늦게 온다’는 말도 들었다. 기회를 쫓아다니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 기회가 나를 쫓아오게 하자. 학생들은 ‘무엇 무엇을 하면 고생하지 않고 좋다더라’ ‘어디 어디가 취업률이 좋다더라’는 정보에 민감하기 쉽다. 우주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 성공하는 게 확률이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이 내게 꼭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은 확률을 이긴다.”

-우리나라 우주인 선발과 훈련 과정은 어떤가.
“개발해 가는 과정이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수십 년 우주 분야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는 우주인을 잘 뽑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우주인을 뽑아 보내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경험 자체가 지적 재산이다. 우리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우리만의 선발·훈련 모델을 얻을 수 있다. 각국의 선발·훈련 과정이 얼핏 보기에는 다 같아 보여도 일본이면 일본, 미국이면 미국, 각기 색깔이 다르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달라.
“정말로 우주를 사랑했고 최선을 다했기에 이미 충분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성공 여부를 떠나 발사 그 자체로 우리는 배운다. 우주정거장으로 가게 됐을 때 페기 윗슨이 전화했다.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바뀌게 돼 기쁘기보다는 힘들고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아무 생각 말고 이제까지 하던 대로 하라’고 말했다. 같은 말을 나로호 관계자 여러분에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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