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열세살 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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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키라
보도 섀퍼 지음, 유영미 옮김, 최혜인 그림
을파소, 215쪽, 1만 2000원

몇년 전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저자 보도 섀퍼(독일인)가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열세살 키라』의 중심을 이루는 도넛 이야기다. 강의 중에 그는 느닷없이 진짜 도넛을 꺼내 들고 도넛론을 풀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도넛의 링은 물질적 가치, 구멍은 정신적 가치를 상징합니다. 링이 없으면 알맹이도 없고, 알맹이가 없으면 링도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도넛과 같습니다. 사람은 한쪽에만 치우쳐 살아갈 수 없죠. 양쪽 모두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의 가치(정신과 물질)가 필요하며, 그 둘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키라의 경제적 능력과 경제지수는 놀랄 만하다. 보도 섀퍼는 첫번째 키라에서 ‘물질’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돈 버는 키라’, 그것도 열두살밖에 안된 어린이의 돈벌기에 대한 비판을 감안한 듯 그는 “돈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돈은 꿈을 이루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돈 벌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당시 만난 보도 섀퍼는 “돈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돈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금기의 대상이어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독일 속담도 소개했다.

“돈을 만지면 손을 씻어라.”

첫 책은 물질에 먼저 눈을 뜬 키라가 인간관계, 즉 정신적 가치를 배워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고, 저축과 투자까지 아는 경제인이다. 그러나 키라가 약한 구석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마음 닦기다. 이 분야에서는 아직 서투르다.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먼저 하고,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도 한다. 부모님에게 거짓말하면서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한다.

키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열리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키라는 강아지를 돌보는 아르바이트와 저축, 그리고 투자를 통해 노트북 컴퓨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열세살 키라』에서 키라는 두번째 소원인 미국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무료로 교환 학생으로 떠나려는 키라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사관에서 ‘동전의 양면에 숨겨진 비밀’을 찾으라고 한 것. 간절한 소원이 좌절되려는 순간 키라는 골트슈테른 아저씨, 하넨캄프 할머니, 그리고 신비한 할머니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교환 학생으로 미국으로 간다. 키라가 찾은 동전의 비밀에 두번째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면에 있는 하느님은 ‘정신적 가치’, 다른 한쪽에 있는 알렉산더 대왕은 영토를 확장한 ‘물질적 가치’를 상징한다. 동전의 양면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 한쪽이 있음으로써 다른 쪽이 존재할 수 있는 관계, 정신과 물질은 하나라는 것을 뜻한다.

키라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페터와 선배 샌디, 그리고 나이스 선생님과 함께 미국에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좌충우돌 재밌는 에피소드와 함께 웅변대회를 준비하고, 나이스 선생님의 독특한 윤리 수업을 통해 키라는 점점 속이 꽉 찬 오렌지 같은 사람이 되어 간다. 고집쟁이 키라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배운 것은 ‘올바른 인간관계를 위한 일곱가지 지혜’다. 친절, 책임, 다른 사람 치켜세우기, 돕고 베풀기, 감사하기, 배우기, 성실하기. 재정적 자립을 이룬 키라. 이번에는 정신적 성숙을 통해 보다 영근 사람으로 태어난다. 순서로 본다면 1, 2편이 바뀌었다. 누가 뭐래도 물질의 토대는 정신이니까.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 나온 책은 1편을 염두에 둔 기획이다.

박원배(어린이 경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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