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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어 세계은행 서울사무소장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0억달러의 구조조정차관을 추가 제공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지만 올해 안에 반드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

스리람 아이어 (59) 세계은행 서울사무소장은 17일 서울 종로 영풍빌딩에 있는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차관제공 시기는 앞으로 한국 정부와의 협상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세계은행은 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10월께 10억달러를 우선 제공한 뒤 연내에 10억달러를 추가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음은 아이어 소장과의 1문1답.

- 세계은행 차관은 언제쯤 도입될 예정인가.

"현재 한국 정부와 차관 도입의 전제조건이 되는 각종 정책방향을 놓고 협의 중이다. 양쪽의 이견이 좁혀져 협상이 종료되는대로 10억달러씩 나눠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경우 IMF 처럼 차관제공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10월 이사회 종료후, 올해 연말 이내라는 식으로 시기를 못박을 수는 없다. "

- 협상과정에서 세계은행과 한국 정부 사이의 불화설이 돌고 있는데.

"일고의 가치가 없는 얘기다. 협상이란 게 본래 밀고 당기는 것 아닌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에 양측이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책의 수위와 속도를 둘러싸고 입장차이가 있으므로 토론을 거듭하는 중이다. "

- 이사회에 감사위원회 도입, 집단소송제 및 지주회사 조기 허용, 근로자 파견제 업종제한 폐지 등 세계은행의 정책권고들이 한국적 현실로선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는 일은 한국으로선 너무나 시급한 과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외국인들도 한국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을테고 투자가 늘어나야 한국의 경제사정이 호전되지 않겠나. "

- 현재 진행중인 한국의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세계은행은 지금까지 금융감독위원회와 긴밀히 협조,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을 짜는데 일익을 담당해왔다.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체질을 숨가쁘게 개선하고 있는 것이나 6대~64대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는 것은 모두 세계은행의 권고에 따른 조치로 매우 흡족하게 여기고 있다.

다만 5대 재벌 사업구조조정의 경우 과잉투자 해소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불가피한 점은 있으나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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