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교통혁명 2탄 … 이번엔 전기차 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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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파리시가 ‘자전거 혁명’에 이어 또 하나의 친환경 대중교통 혁명에 도전한다. 사람 없이 운영하는 소형 전기 자동차 대여 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다. 2007년 도입해 대성공을 거둔 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velib)가 기본 모델이다. 어디서든 빌리고 반납하면 되고, 친환경 차량 전용이라는 점 등에서 기존의 렌터카와는 크게 다르다. 기차역 대여소에서 자동차를 빌려 타고 집 앞의 대여소에 반납하는 식이다.

파리시는 오토리브가 대기오염 개선, 교통난 해소, 관광 상품 활용, 친환경 자동차 개발 촉진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용료, 택시요금보다 훨씬 저렴=최근 파리시가 2010년 출범을 목표로 공개한 계획안에 따르면 파리 시내 700개소, 교외 도시 20곳에 총 700개소 등 모두 1400개의 대여소가 설치된다. 2년 전 벨리브는 파리 시내에서만 750개 대여소로 출발했다. 자동차의 경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파리와 인근 도시들이 함께 시작한 게 특징이다. 파리 주택가인 15구에 가장 많은 66개소가 설치된다. 에펠탑이 있는 7구에 22개소, 개선문이 있는 8구에 44개소 등이다. 대여소에는 우선 총 4000대의 소형 전기 자동차를 배치할 계획이다.

파리시는 오토리브의 주 고객을 업무나 쇼핑 등을 위해 낮 시간에 작은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 회사 간에 이동하거나 장 보러 대형 수퍼마켓에 갈 때 자신의 차를 가져가는 대신 오토리브를 이용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오토리브의 장점은 우선 요금이 싸다는 것이다. 월 15∼20유로(약 3만원 안팎)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뒤 이용할 때마다 30분에 4유로(약 7200원)쯤 내면 된다. 파리의 크기가 서울의 6분의 1 정도여서 30분 단위 이용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고 책정한 것이다.

현재 파리에서는 택시 최저요금이 5유로(약 9000원)를 넘는다. 5분 정도 달리는데 소요되는 요금이다. 이를 감안하면 오토리브는 택시요금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게다가 오토리브는 주차 걱정과 주차료 부담도 없다. 목적지에 가까운 아무 대여소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파리시는 벨리브의 자전거 대여소를 확대하면서 최근 시영 주차 부지를 여러 곳 없앴다. 이 때문에 시내 주차난이 심해졌고 주차 요금도 오르는 추세다.

◆친환경 자동차 개발도 촉진=자동차 산업에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토리브가 벨리브처럼 성공을 거둬 프랑스 전역은 물론 이웃 나라까지 이어질 경우 전기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다양한 친환경 차량 개발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관광상품으로서의 활용도 역시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는 이미 벨리브 도입으로 순식간에 자전거 왕국인 네덜란드 등을 제치고 자전거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후속타로 오토리브가 새로운 관광명물이 될 수 있도록 파리 분위기에 어울리는 멋스러운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오토리브의 운영사 입찰에는 프랑스 철도회사(SNCF), 주차장 용역 회사 빈치, 렌터카 회사 허츠,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벨리브보다 앞서 무인 자전거 시스템 ‘벨로브’를 도입했던 리옹시는 이미 자동차 대여 시스템도 시행 중이다. 현재 시내에서 70대의 자동차로 시험 중인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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