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불친절'공무원 6명에 대기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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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전남도청에 전화를 건 사람들은 예전과 달라진 공무원들의 태도에 깜짝 놀란다.

벨이 한두번만 울리면 곧바로 받아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과 함께 부서.이름을 댄다.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도 상냥하게 응대해준다.

전남도가 전화를 불친절하게 받아온 직원들에게 '퇴출' 이라는 철퇴를 가하자 공직사회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16일 "지난 11일 마무리한 구조조정 인사에서 대기발령한 1백37명중 金모 (38) 씨 등 6명은 전화친절도 조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성실의무 위반자들' " 이라고 밝혔다.

5급 1명과 6급 2명, 7급 1명, 기능직 2명 등이 단지 전화를 불친절하게 받은 이유 하나만으로 날벼락을 맞은 것.

'전화받기 개혁' 은 지난해 7월 허경만 (許京萬) 지사가 "친절한 전화응대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에 인사에 반영하겠다" 고 공언하면서 시작됐다.

전남도는 여론조사기관인 광주정보리서치 등에 용역을 의뢰, 실.과별로 매달 무작위로 뽑은 1백40여명의 개인별 전화친절도를 조사했다.

개인평가는 조사원 2명이 민원인을 가장해 전화를 걸어 친절성. 정확성. 예절 등 6개 항목을 중복점검해 순위를 매기는 방법을 썼다.

매월 점수가 가장 좋은 사람과 실.과는 표창하고 상금을 주는 반면 최하위 10명은 실.과장들에게 알리고 본인들에게도 통보해 주의를 줬다.

이번 대기발령자 6명은 잘못 걸려온 전화를 해당부서의 담당자에게 연결해주지 않고 끊어버리는 등 태도가 나빠 최하위 10위안의 평가를 두차례 이상 받은 사람들.

일각에서는 전화응대만으로 공무원들을 퇴출시킨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행정의 환골탈태 (換骨奪胎)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와 기대가 많다.

광주시민연대모임 윤장현 (尹壯鉉.49) 대표는 "당사자들은 가슴아프겠지만 행정의 소비자인 주민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행정이 공무원 중심에서 주민 위주로 바뀌는 것 같아 반갑다" 고 말했다.

전남도 박재순 (朴載淳.54) 자치행정국장은 "전화친절도의 인사반영 방침을 수차례 공표했고 외부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평가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본인들도 납득할 것" 이라고 밝혔다.

광주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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