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다시 환란 그림자…페소화 20%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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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4년말 '데킬라 위기' 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멕시코가 다시 금융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처방이 그나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멕시코 경제가 다시 가라앉고 있는 것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좋은 반면교사 (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은행 예금이 96년에 비해 10%나 늘어나고, 실질경제성장률이 7%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2월 9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가까운 일본이 아니라 멀리 멕시코에서 경제위기 처방을 찾아야 한다" 고 지적했을 만큼 '성공 모델' 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지난 6주간 미 달러화에 대해 페소화 가치가 20% 가량 하락하자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지난 14일 (현지시간) 국내 금리의 기준 지표인 재무부증권 금리를 10.92%포인트 인상한 47.86%로 조정했다.

위기의 주된 원인은 은행 부실채권 처리와 예금자 보호를 위해 96년 설립한 부실채권 인수기금의 부채총액이 지난 4월말 6백68억달러에 이른데 이어 매월 20억달러씩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회수불능 채권액이 국내총생산 (GDP) 의 12%를 넘어섬에 따라 재정도 압박받고 있다.

게다가 세입의 40%를 원유 판매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경상수지 악화.세입 감소 등 타격을 받고 있다.

세입이 줄어든 정부가 예산을 계속 삭감하는 바람에 국영기업의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를 부르는 측면도 있다.

멕시코 경제는 국내정치 불안.경상수지적자 확대→외채 증가→외국인 투자가 이탈→환율.금리 폭등→주가폭락이 빚어졌던 94년 하반기와 상황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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