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도둑이 문화성 장관이 됐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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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 등의 유적은 필수 코스다. 자야바르반 7세, 수리야바르만 2세 등 크메르족 최고 강성기 왕조에 건설된 이 유적들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캄보디아 관광산업의 핵심이다. 또한 매년 20% 이상 증가율로 한해 25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세계 최고 관광객 증가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수치에 단연 1위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이 앙코르 유적 모든 곳에 수없이 새겨져있는 조각이 담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문화재 도둑이 문화성 장관이 되다.

1914년 프랑스인에 의해 발견된 앙코르 유적 반테이스레이 사원은 동양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압사라 조각상이 유명했다. 이 소문을 들은 프랑스의 전위작가 앙드레 말로는 그의 아내 클라라 말로와 마르세유 항에서 1923년 역사적인(?) 여행을 출발한다. 4개의 조각상을 훔친 이들은 결국 프놈펜에서 체포되고 앙드레 말로는 실형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그의 아내 클라라 말로와 문인 친구들의 구명운동으로 집행유예처분을 받고 프랑스로 돌아간다. 더불어 본인의 문화재 절도사건을 소재로 ‘왕도의 길’이란 책을 발표하고 후에 프랑스 문화성 장관이 된다.

신도 인기투표 순위가 중요하다.

이처럼 앙코르 유적들의 조각은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 조각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캄보디아는 고대부터 인도에서 힌두교와 불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앙코르와트가 지어진 12세기는 힌두교가 강성해 앙코르사원에서는 대부분의 유적이 힌두양식을 보이고 있다. 유적의 각 벽면과 기둥에는 힌두교 신들이 조각되어 있으며 특히 힌두교의 3대신인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의 조각이 많다. 그중에서도 섭리의 신 비슈누와 관련된 조각이 유독 많다. 이는 고대 크메르인들에게 힌두교 신들의 인기투표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 힌두교의 신화를 살펴보면 섭리의 신인 비슈누는 신들의 원천이자 창조의 신인 브라마가 사고(?)를 치면 모든 것을 아주 지혜롭게 해결한다. 이 해결과정들이 따로 구전되어 ‘라마야나’라는 대서사시가 되었고 앙코르 유적의 조각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비슈누 신은 세상과 신들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총 10명의 화신으로 태어나는데 이중 아홉 번째 화신이 바로 부처, 붓다다. 이는 힌두교의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앙코르 유적 중 하나인 바욘사원의 200여개가 넘는 부처의 얼굴 조각을 통해 힌두교와 불교의 융합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VS 힌두교 신화

악신 라바나는 파괴의 신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가 살고 있는 ‘카일라사’라는 산에 가서 행패를 부린다. 산을 지키던 원숭이 수문장들은 행패를 막으려 했으나 막지 못한다. 이에 놀란 파르바티는 명상에 들어간 시바의 품에 안겨 애원한다. 화가 난 시바는 발가락으로 산을 누르고 산 밑에 깔린 라바나는 천년 동안 시바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것은 힌두교 신화의 내용으로 반테이스레이 사원의 조각 중 하나의 내용이다. 이처럼 앙코르 유적의 조각들은 모두가 재밌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다. 인간과 같이 사랑, 분노, 슬픔 등을 느끼는 신들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동화와 같다. 앙코르 조각이 담고 있는 힌두교의 신화도 마찬가지다. 힌두교에는 3억3천만의 신이 있다. 거기에 신의 화신을 더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이 수없이 많은 신들 사이의 이야기가 창조의 신 브라흐마, 섭리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현재에도 전해져 ‘라마야나’, ‘마하바라타’라는 책으로 존재한다. 앙코르 유적의 조각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도 이 책에 있다. 이 두 편의 신화를 보고 앙코르 유적을 만난다면 조각이 담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같이 경험할 수 있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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