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사코 왕세자비 스트레스로 '적응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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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8개월 가까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일본의 마사코(雅子.40)왕세자비가 두통과 울증(鬱症).현기증 등을 동반한 '적응장애'로 인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일본 궁내청은 이날 오후 "왕세자비가 심리요법과 함께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마사코비를 진단한 의사단은 ▶특별한 지위에서 비롯된 고충▶임신과 유산 경험▶사생활이 없는 바쁜 생활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가슴이 답답해지는 울증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마사코비는 지난해 12월 대상포진으로 입원했으나 완치 이후에도 나가노(長野)현으로 두달 가까이 요양 여행을 떠났고, 지난 5월엔 나루히토(德人.44)왕세자의 유럽 순방에 동반하지 않았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출국에 앞서 "마사코의 경력과 인격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발언해 왕실 내 불화설 등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일부 언론은 '인격 부정'의 의미를 놓고 "마사코비가 아들 출산을 둘러싼 압력을 받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마사코비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던 1993년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했다. 99년 한차례 유산한 뒤 2001년 딸을 낳았고 아들은 없다. 이로 인해 남성에게만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왕실전범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궁내청은 이날 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사코비의 증세는 경증이며 최근엔 잠깐 테니스를 즐기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사코비의 시어머니인 미치코(美智子)왕비도 59년 평민 출신으로 최초의 왕세자비가 된 이후 한동안 왕족들로부터 따돌림받아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린 적이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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