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엘리트가 군 통제할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임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30일 자신의 구상을 풀어냈다. 취임 첫날 기자간담회에서다.'문민 통제'와 '육.해.공 균형 인사' 등 상당히 의욕적인 내용이다.

그는 "문민 엘리트가 (군의 정책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시기가 왔다. 문민 엘리트와 군사 엘리트는 대화의 장을 통해 갈등과 절충, 합의 과정을 거쳐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전 해군참모차장이었던 그는 스스로를 "준 문민장관"으로 여겨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간부를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대폭 충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차관보와 국장급은 전역한 지 5년이 지난 민간인들로 임명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외교와 군사분야를 연결하는 고리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인데 이들의 참모진(간부)이 현역 군인들로만 이뤄져 있으면 편향성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합참의장이 31일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정례 배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군사정책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되,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군은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참의장의 배석이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일환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군 내부에선 신임 장관의 의중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군이 현 정부의 개혁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으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국방보좌관으로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던 윤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그동안 군을 바라봤던 노심(盧心)을 대신 풀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의 개혁정책에 걸맞지 않은 군의 융통성없는 마인드와 현역 군인 위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장관은 그간 군 내부의 뜨거운 감자였던 육.해.공군 균형 인사도 공식 언급했다. 특정 부대장을 육군 출신이 독점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방부 직할부대장 등을 특정 군이 3회 이상 계속 맡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군 수뇌부의 조기 교체는 없다"며 3군 총장들의 임기 보장을 시사했다. '보고 누락' 사태 후 어수선했던 군내 분위기를 추스르는 의도로 보인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