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국 드림웍스 공동대표 카젠버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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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제프리 카젠버그 (48) . '인어공주' (89년) 를 필두로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일련의 애니메이션 대작을 통해 한때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던 월트디즈니사에 엄청난 부를 안겨준 주인공이다.

미국 영화업계에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이룩한 그는 94년 디즈니를 이탈해 스티븐 스필버그, 음악전문가 데이비드 게펜과 손잡고 드림웍스를 창립했다.

그가 이번엔 디즈니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드림웍스로 옮겨와 4년만에 '이집트의 왕자' (Prince of Egypt) 의 제작을 끝낸 것이다.

그를 미국 L.A의 글렌데일에 위치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본사에서 만났다.

- 어떤 각오로 '이집트의 왕자' 의 제작에 임했나.

"드림웍스를 창립했을 때 우리는 왜 이렇게 큰 도전을 해야하고, 미친듯이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얘기했다.

애니메이션하면 보통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그린 것을 일컫는 '장르' 의 개념으로 통한다.

하지만 나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그것을 본래의 사전적 개념에 가깝게 '테크닉' 으로 보는 시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

- 그런 시각이 모세의 이야기를 다룬 '이집트의 왕자' 를 선택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테크닉을 통해 재미있는 (exciting) 경험을 하기 바란다.

완벽하게 풍부한 우주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그런 기회 말이다.

나는 '터미네이터2' 같은 SF액션이나 '클리프 행어' 같은 영화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어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스필버그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반색하며 그러면 '십계' 는 어떠냐고 말했다.

이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나의 도전이자 기회였다. "

-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유는.

"나 역시 여느 성인들처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

애니메이션은 순수한 창조 (pure creation) 다.

한 개인의 예술적인 영감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비전을 향해 작가와 애니메이터 등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함으로써 완성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 일본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보나.

"좋아한다. 솔직히 지금 준비 중인 SF 애니메이션 '애쉬' 라는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아키라' 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일본에서 할일이 너무 많다며 거절했다. "

- 다음 계획은?

" '애쉬' 와 '엘도라도' '스피릿' 을 준비중이다.

모두 서로 다른 종류의 영화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엘도라도' 는 영웅이야기를 다룬 서사적인 액션어드벤처이고, '스피릿' 은 한 마리의 아름답고 귀족적인 말이 자아를 찾는 얘기다.

앞서 얘기한 '애쉬' 는 '터미네이터' 같은 영웅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1년에 3편 정도의 작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

LA=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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