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돌입한 자민당 ‘왕따’ 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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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자민당이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철저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을 지지해온 사회·경제단체들이 일제히 자민당에 거리를 두면서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중의원을 해산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조직표’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텃밭인 조직표가 흔들리면 선거에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소는 우선 핵심 표밭인 의사회·건설업협회·농협 등 3대 조직을 직접 돌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자민당 지지 선언을 망설이면서 아소 방문을 거북스러워하고 있다.

3개 단체는 이미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키로 기본 방침으로 정했고, 일부 회원이 노골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22일 열린 이바라키(茨城) 1구 민주당 후보 연설대회에서 현지 의사회장이 단상에 올라 지원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자민당의 최대 지지세력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자민당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는 것도 자민당을 ‘코너’로 몰고 있다.

게이단렌 회원 기업과 단체는 2007년 자민당에 총 29억 엔(약 386억원), 민주당에는 8000만 엔(10억6000만원)의 정치헌금을 제공하는 등 전통적으로 ‘자민당 골수 지지 단체였다. 그런 게이단렌이 이번에 다른 태도를 보이자, 당황한 아소는 22일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孵뵨夫) 게이단렌 회장을 만나 “취임 직후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3차례의 추경을 포함해 경제 대책에 힘써왔다”며 지원을 부탁했다.

미타라이 회장은 “자민당은 일치단결해 잘 해 달라”고 말하면서도 예전처럼 구체적인 지지 발언은 삼갔다.

반면 9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간사장과 만났을 때는 선거공약에 경제 관련 지원을 포함시키라고 요청하는 등 당선 가능성 높은 민주당과의 좋은 관계 유지에 힘쏟는 모습을 보였다.

아소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22일 도쿄 지요타(千代田)구의 농협본부 등을 직접 방문하는 등 왕따 움직임 해소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아소는 200여 명의 농협 간부에게 “자민당 정책을 제대로 평가해달라”며 자민당 지지를 호소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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