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38세 투수 송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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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아들 우현과 놀아주며 즐거워하는 송진우. 야구장을 자주 찾는 우현이는 선수협 초대 회장을 맡아 별명이 ‘회장님’인 아빠 때문에 한화 선수들 사이에서 ‘재벌 2세’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대전=양광삼 기자]

"야구에 정년이 있나요. …하지만 매년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던지고 있어요."

송진우(38.한화)는 근면 덩어리다. 27일 이뤄낸 개인통산 2500이닝 투구의 대기록도 그 덕이다. 아직 군살 하나 없는 몸(허리 31인치)이 잘 받쳐줬다.

그 다음날 대전 한밭구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구장에서 20분 거리인 아파트에 산다. 홈경기 때는 애마 BMW525를 몰고 다닌다.

여름방학 중인 둘째 아들 우현이(8.성룡초 2)가 아빠 손을 잡고 함께 나왔다.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오른손에 투수 글러브를 꼈다.

왼손잡이냐고 묻자 "며칠 전부터 아빠처럼 왼손으로 바꿨다"고 한다.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폼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형인 우석이(11.신흥초 5)가 올해 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면서 우현이도 덩달아 야구에 빠졌어요. 아이들이 야구를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을 거예요."

모처럼 사복을 입은 송진우에게 체력 유지 비결부터 물어봤다. "단체 훈련 외에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습니다. 원래 건강체질이긴 하지만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려는 마음가짐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즐기는 음식도 특별하지 않다. 된장찌개와 김칫국 정도가 전부다. 고기류는 원래 싫어한다.

어깨 관리도 경기 도중 두어번 하는 찬물 찜질이 전부다. 더그아웃에 미리 준비해둔 차가운 물통에 어깨를 푹 담그는 그만의 방식이다.

물론 20대 후배 투수들에게 비해 체력은 떨어진다. 한창때 142㎞를 넘던 직구 시속이 요즘은 137㎞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공 배합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노하우가 그를 에이스로 지탱해준다. 올 들어 탈삼진 68개에 7승(방어율 0.393).

송진우는 충북 증평초등학교 4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부가 생기면서 운동이라면 다 잘하던 그가 발탁됐다. 그때부터 한눈 팔지 않고 야구만 했다. 내년이면 30년이다.

만년 '강철 어깨'일 것 같은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1997, 98년에 6승씩밖에 못했다. "송진우 공에 실밥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직구가 느려지고 타자들도 그의 구질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이젠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변화구 등 다양한 구질로 변신에 성공하면서 그는 다시 살아났다. 99년 15승5패6세이브. 주변에서 재기를 축하해줬다.

그는 2000년 프로야구선수협 회장으로 선수 권익 주장에 총대를 멘 적이 있다. 하지만 실은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는 그다. 당시 후배들이 '리더십 있는 고참'으로 그를 뽑았을 뿐. "솔직히 '이러다 선수생활 못 하는 게 아닌가' 겁도 났어요. 하지만 '그래, 후배들을 위해 한번 뛰어보자'고 마음먹었지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고요."

4년 전부터 그는 틈틈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며 노장투수들을 연구한다. 특히 시애틀 매리너스의 좌완 제이미 모이어(42)가 모델이다.

그런 송진우에게 앞으로도 상당기간 통산 최다승.최다이닝 기록은 따라다닐 전망이다. 동국대 1년 후배인 이강철(기아.38)이 현재 2위로 통산 2150이닝을 넘어서고 있을 뿐이다. "200승과 3000이닝 투구도 하고 싶어요. 도전은 힘들지만 숙명이지요."

그에게도 징크스는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닭고기를 안 드셨죠. 저도 시합날엔 금기시해요." 하지만 아내(정해은.35)가 만든 계란요리만큼은 먹는다고 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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