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 가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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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이화여성병원 대표원장이 방학을 맞아 부인과 진료를 받은 여학생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최근 방학을 맞아 산부인과를 찾는 10대 소녀들이 늘고 있다.

소녀는 말할 것도 없고 미혼여성이 산부인과를 드나들면 흉이 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옛말이다. 사춘기를 전후해 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딸과 함께 산부인과를 찾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치료방법 쉽고 간편하다=요즘은 초음파 장비가 발달해 처녀막 손상 없이 얼마든지 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호르몬 검사를 통해 이상 출혈이나 월경통 같은 월경 전 증후군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방법도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처음에는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을 투여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진통제를 쓰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된다. 몇 가지 약을 쓰거나 피임약 같은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면 대개는 완치된다. 약을 매일 먹는 게 불편할 경우 피하에 심어주는 임플란트 요법도 효과적이다. 증세가 심할 경우 복강경 수술 등을 할 수 있다. 수술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회복기간도 2~3일이면 충분하다.

◆간단한 수술로 자신감 찾자=소녀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사소한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중 생식기 기형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외성기가 유난히 크다거나 하는 선천적 생식기 기형의 경우 간단한 교정수술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방학중 수술을 받으면 학업에 지장없이 마음 가볍게 다음 학기를 맞이할 수 있다.

◆예방접종에도 관심 가져라=소년기에 꼭 맞아야 할 것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있다. 첫 성교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때로는 성폭행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열 살을 넘기면 되도록 빠른 시기에 맞는 것이 좋다.

또 중·고교생일 경우 풍진에 대한 예방접종을 통해 미래에 엄마가 될 준비를 미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인이 풍진에 걸려도 큰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임신초기 특히, 3개월 이내에 걸릴 경우 3분의 1 에서 기형이 발생하고 있다.

A형 간염도 챙겨야 한다. 최근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영양 상태도 좋아지면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A형간염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부분의 A형간염은 별 문제없이 잘 회복되지만 일부는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간 이식을 받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난소암은 성인병?=최근 천안에 있는 한 봉사단체에서 소아암 환자 돕기 행사를 벌였다. 이 봉사단체의 지원을 받은 4명의 소아암 환자 중 2명이 난소암 환자였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지역 대학병원 2곳에 알아 본 결과 소아암 환자 중 난소암을 앓고 있는 청소년이 적지 않았다. 난소암은 중년 이상의 여성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2008년 11월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한 10대 소녀는 2년 동안 하혈을 하는 것을 숨겨오다 뒤늦게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는데 난소암 말기였다. 이들 모두 청소년 시기에 부인과 진료를 한번쯤 받아 봤더라면 이렇게 큰 고통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학계에 따르면 전 여성의 80% 정도가 월경 전 이상증후군으로 고통으로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 들어 열 살 미만에 월경을 하는 아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이럴 경우 성장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종민 이화여성병원장은 “사춘기 딸을 데리고 산부인과를 찾는 것을 꺼려하는 엄마가 아직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면 발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각종 질병을 쉽게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성병원 연혁>
·1985년 6월1일 천안시 오룡동 개원.
·1988년 10월8일 신부동으로 신축이전, 외성기 수술 도입.
·1994년 유방암 진단기 도입.
·1996년 복강경 수술 시작, 골다골증 진단기 도입.
·2002년 2월 쌍용동으로 이전, 건강한 태아 임신중절 수술 중단, 유방, 가정의학, 영상의학 전문의 증원.
·2004년 12월 국제부인회 결성 다문화가정 지원.
·2005년 3월 산부인과 전문의 6명으로 증원, 인공중절 수술 완전 중단.
·2008년 4월 사회복지재단 ‘희정재단’ 인가.
·2009년 현재 연 6600여건 부인과 수술, 1100건의 분만.

<이종민 대표원장 약력>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순천향대병원 외래교수
·천안시 의사회장 역임


환자 20만명 돌파 … 내년 25주년 기념행사
천안에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는 불과 10여 개에 불과하다. 분만은 의료분쟁 등 위험요소가 많고 병원 수입에 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이를 기피한다. 쌍용동에 있는 이화여성병원(대표원장 이종민)은 분만을 하는 병원 중 가장 오래됐다. 그 동안 내원한 환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고 한달 100여명의 생명이 이 병원에서 태어난다.

-개원한지 얼마나 됐나.
“1985년 오룡동에서 개원했으니 24년 됐다. 산부인과 병원으로만 보면 앞선 병원이 2~3개 정도 있다. 분만을 하는 병원만 놓고 보면 우리병원이 가장 오래된 것 같다.“

-하루 환자가 얼마나 되나.
“1998년부터 등록된 환자 수를 찾아보니 최근까지 11만여 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1985년 개원부터 따진다면 2배 가까이 될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 해외에서도 오는 환자들이 있다. 연 6600여건의 부인과 수술과 1100건의 분만을 하고 있다.

-이화여성병원만의 장점은 뭔가.
“개원 당시로는 최첨단 시설인 초음파 진단기를 도입했고 이후에도 몇 가지 부분에서 ‘최고’ ‘최초’라는 소리를 들었다. 유방 전문의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있고 6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진료를 하고 있다. 병원 이름처럼 여성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15년 동안 이주여성들에 대한 진료와 한국 정착을 도왔다. 2004년 이화여성병원 국제부인회가 결성됐다. 남편과 아이들, 시댁식구, 때로는 친정식구들까지 동원해 이주여성 지원 사업을 펼쳤다. 현재는 희정재단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노인복지와 이주여성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내년은 이화여성병원이 개원한지 25주년 되는 해다. 시스템을 정비해 좀 더 신속하고 세심한 진료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아울러 그 동안 우리병원에서 출생한 아이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화여성병원을 믿고 찾아 준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꾸밀 예정이다”

글 = 장찬우 기자
사진 = 조영회 기자
도움말=이화여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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