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 일본 로켓기술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북한의 발사체 실험으로 동아시아의 로켓 개발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 확대를 바라지 않는 미국이나 중국.러시아와는 달리 일본은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한국으로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남북한과 일본의 로켓개발 수준과 역사를 점검해 본다.

지난 6월 11일, 서해 기지. 국산 최초의 2단 과학로켓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쳤다가 인근 1백25㎞ 예정 착수 (着水) 해역에 정확히 떨어졌다.

총 비행시간은 3백62초. 불과 6분 남짓한 이 짧은 시간은 그러나 한국의 로켓제작 역량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2단에 길이 11.1m, 무게 2t, 최고 발사고도 1백37㎞ 정도. 하지만 핵심부품 중 관성항법장치는 미국산이며 연료 또한 핵심 배합물질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지난 8월 31일 함북 무수단리. 3단에 추정무게 25t의 발사체가 동해를 가로질러 태평양상에 2단계 추진부를 떨어뜨리며 우주궤도로 진입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북한 발사체는 대략 이런 모습이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 발사체의 속은 어떻게 돼 있을까. 자체 개발한 항법장치에 거의 자국산화한 액체연료로 2천㎞까지는 쏘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자장비는 일본제 등에 의존한다는 설도 있다.

지난 7월 4일 일본 가고시마 우주센터. 화성탐사선 플래닛 B가 일본이 최근 새로 개발한 4단로켓 M5에 실려 장장 15개월의 화성을 여행을 시작했다.

이 로켓은 전체길이 약 31m, 무게 2t의 위성도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성능. 핵심부품이 1백% 일본산. 남북한과 일본이 최근 3개월 사이에 이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보여준 로켓발사는 3개국 발사체 개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들 3개국이 현대식 로켓 개발에 뛰어든 것은 약 30~40 년 전. 물론 출발부터 과학기술력의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수준차가 커질 것이라고 당사자들조차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채연석 (蔡連錫) 박사는 "로켓 같은 대형 과학물은 정부의 일관된 의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며 "로켓은 종합과학의 소산물인 만큼 앞서가는 나라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한다.

일본은 철저히 민간형식을 빌려 로켓강국에 진입한 경우. 1954년 맥아더의 허가가 떨어지기 무섭게 도쿄대 연구팀을 중심으로 구성된 로켓 연구반이 그해 길이 23㎝, 지름 1.8㎝의 진짜 연필만한 로켓을 무수히 만들어 시험을 거듭했다.

이때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57년 국제지구관측년 과학프로그램 참가, 기술을 축적해 60년대 초반 드디어 2단.발사고도 3백㎞를 넘는 로켓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로켓성능만 따지면 바로 이것이 지난 6월 한국이 쏘아올린 최신의 2단 로켓과 같은 급. 이후 일본은 계속 '과학연구용' 이라는 형식을 빌려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북한은 60년대 후반부터 발사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하대 박춘배 (朴瑃培) 교수는 "당시 미그 19기 복제기술을 바탕으로 소형 로켓실험을 시작한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로켓 개발에 매달린 것은 81년 이집트로부터 스커드 - B 미사일을 분해해 그 제작법을 익히면서부터. 이후 93년 노동 1호를 거쳐 현재는 사정거리 3천㎞가 넘는 대포동 2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로켓은 58년 국방과학기술연구소가 제작, 이듬해 81㎞까지 비행하는 3단로켓을 발사하기에 이르렀으나 61년 연구소 해체와 함께 연구는 단절됐다.

이후 한동안 인하대의 우주과학연구회와 공사팀이 로켓개발을 주도, 고도 50㎞ 짜리도 시도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본격 개발은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의 의지로 72년 국방과학연구소가 문을 열면서 재개됐다.

이 연구소는 불과 6년만인 78년 가을 사정거리 1백80㎞인 '물건' 을 만들어냈으나 5공 정부가 미사일개발팀을 분산시키면서 또다시 로켓 연구는 중단됐다가 89년 항공우주연구소 설립과 함께 개발을 재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로켓 전문가들은 "외압이나 정치권의 단견이 없었다면 우리 로켓수준은 10여 년 전 위성을 쏘아올리고 남았을 정도" 라며 "황금알 시장으로 떠오르는 국제 위성발사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절대적"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