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북한문제전문가 퀴노네스 아시아재단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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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북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정일 (金正日) 이 김일성 (金日成) 의 유훈 (遺訓) 통치를 벗고 권력구조의 개편을 통해 공식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앉았다.

북한은 김정일체제의 출범을 중거리미사일 발사로 자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정일은 체제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미사일 발사능력은 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되어 줄 것인가.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북한을 열세번 다녀오고,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미국의 북한 전문가중 한사람인 케네스 퀴노네스박사를 급히 만났다.

김영희 = 김정일이 지난주 끝낸 북한 통치구조 개편의 특징은 뭡니까.

퀴노네스 = 그건 멋진 드라마 같았어요. 때맞춰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을 모욕하고, 한국을 놀라게 하고, 미국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김정일은 예상을 뒤엎고 국가주석에 취임하지도 않았고, 군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그 위원장이 됐어요. 모두 놀랐습니다.

그는 북한을 완전히 장악했고 군부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졌습니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 으로 추대한 걸 보면 김정일한테서 개혁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김 = 그렇다면 군부가 영향력에서 당.내각과 최고인민회의보다 우위에 있습니까.

퀴노네스 = 군부 우위는 국가적인 우선순위를 반영합니다.

김정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사상을 유지하는 겁니다.

주체사상을 이용해 군부의 영향력을 정당화하고 군을 이용해 주체사상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김 = 군부의 영향력이 그렇게 커졌으면 강경론 대 온건론의 대립.갈등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겁니까.

퀴노네스 = 국가의 목표에 관해서는 군과 민간 사이에 의견이 일치합니다.

목표에 이르는 방법에 이견 (異見) 이 있을 뿐입니다.

김 = 김정일은 아버지보다 덜 이념적입니까.

퀴노네스 = 그렇지 않아요. 주체사상은 김정일이 더 강조합니다.

주체사상은 아주 실용적이고 신축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대주의에 반대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외국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자세로 연결됩니다.

어떤 노선을 제창할 때도 주체사상을 동원할 수 있고 반대할 때도 주체사상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어요.

김 = 김정일은 김일성과는 세대가 다릅니다. 정책도 다르지 않을까요.

퀴노네스 = 냉전이 끝난 결과 환경이 다를 뿐이죠. 김일성에게는 소련.중국과 동유럽이라는 든든한 동맹국들이 있었는데 김정일 시대에 와서는 북한에는 그런 동맹국들이 없지 않습니까. 김정일은 이런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어요.

김 = 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 으로 떠받들고 있어야 합니까.

퀴노네스 = 정치권력의 기반으로 필요합니다.

김정일은 새 임금이고 그의 북한은 새 왕조와 같습니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아들로서만 정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거죠.

김 = 김정일은 미스터리의 인물입니다.

그런 지도자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여간 위험한 게 아닙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습니까.

퀴노네스 = 그건 아무도 그렇다, 아니다라고 확실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영변의 핵시설에서 일한 과학자들의 말과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봐서 핵탄두 한 두개 정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 북한은 이번에 헌법을 고쳤습니다.

새 헌법 24조에서 인민들이 텃밭을 가꾸거나 그밖의 합법적인 방법으로 올리는 수입을 개인수입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인데 중국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를 도입할 징조로 봐도 좋습니까.

퀴노네스 =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려는 작지만 중요한 징조로는 보이지만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도입하지 않을 걸로 봅니다.

여기서도 주체사상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북한은 서양의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중국식 사회주의에도 반대하고, 또 고르바초프가 시도한 소련.러시아식 경제체제도 배척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 남은 제도는 실패한 '우리식의 사회주의' 뿐입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은 그들의 경제체제가 실패했다는 걸 부인합니다.

퀴노네스 = 북한에서 정경분리는 있을 수 없어요. 모두 정치적입니다.

대외관계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햇볕정책을 싫어하는 북한은 햇볕정책과 여론간에 긴장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정리 = 염태정 기자

사진 = 조용철 기자

만난사람 = 김영희 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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