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LPG 충전소 폭발…53명 중경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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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LPG 충전소에서 가스가 폭발해 주민.소방관 등 53명이 중경상을 입고 건물 등이 파손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위험물질 취급에 대한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관리가 겹쳐 일어났다.

사고가 나자 소방차.구급차들이 긴급 출동, 진화에 나섰으나 가스가 계속 타는 바람에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폭발 = 11일 오후 2시14분쯤 경기도부천시오정구내동70의2 대성에너지㈜ (대표 유삼진.56) LPG 충전소에서 15t짜리 LPG 탱크로리로부터 충전소 지하 50m 깊이에 매설된 40t짜리 탱크로 가스를 옮기던 중 호스에서 새나온 가스가 인화물질에 옮겨붙으면서 폭발했다.

목격자 鄭순호 (36) 씨는 "갑자기 엄청난 폭발소리가 나 나가보니 충전소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고 5분쯤 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m 높이로 불길이 솟구치면서 10여 차례 이상 폭발음이 들렸다" 고 말했다.

이 사고로 邊재갑 (34) 씨 등 충전소 직원 5명과 폭발 직후 출동해 화재진압을 하던 부천소방서 직원 18명이 온몸에 2~3도 화상을 입는 등 모두 53명이 중경상을 당해 대성병원 등 6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邊씨 등 2명은 중태다.

경찰은 이날 사고로 22억8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으나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장 = 폭발이 일어난 충전소 주변은 마치 폭탄이 투하된 듯 완전 폐허로 변했다.

2백여평 규모의 충전소 건물은 철근기둥만 앙상하게 남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코스모스 세차장과 대원냉동 등 인근 건물 및 공장 12채도 유리창이 모두 박살난 채 전소됐다.

또 충전 중이던 택시 10여대도 뼈대만 남은 채 흉물스럽게 타버렸다.

탱크로리 본체도 왕복 8차선 도로 건너편 삼정공원까지 50여m나 날아갔으며 공원의 잔디와 나무 30여그루도 모두 검게 불에 타버렸다.

충전소 주변 주택 1백여채의 유리창도 모두 깨져 도로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1백여m 높이로 시커멓게 솟아오른 연기구름은 10여㎞ 떨어진 김포공항에서도 뚜렷이 보일 정도였고 밤늦게까지 가스 악취가 코를 찔렀다.

◇화재진압 및 복구 = 화재가 나자 소방차 25대와 구급차 8대 등이 긴급출동했으나 지하탱크에 저장돼 있던 LP가스와 부탄가스 70t이 잇따라 폭발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소방헬기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출동하는 등 체계적인 진화작업도 이뤄지지 않아 폭발 3시간여 만인 오후 5시10분쯤에야 겨우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남은 가스를 모두 태우느라 충전소 부근에서는 밤늦게까지 화염이 피어올랐다.

한편 2차 폭발을 우려해 전기와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인근 1백60여 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으며 경인고속도로 인천 톨게이트 ~ 부천IC 2.5㎞ 구간과 사고현장 주변 내동로.중앙로가 오후 늦게까지 전면 또는 부분통제돼 퇴근길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원인 및 수사 = 경찰은 탱크로리 연결호스가 직원 부주의로 빠졌거나 노후된 호스에서 가스가 유출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충전소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또 사고발생 1시간 전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사에서 안전점검을 했음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했음을 중시,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 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한편 부천 중부경찰서는 이날 가스충전소 대표 유삼진 (59) 씨와 이날 시설 안전점검을 했던 가스안전공사 경기지사 서부출장소 文모 (55) 과장 등 5명을 소환, 사고원인과 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수사중이다.

정영진.박신홍.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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