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꼬이는데…”3당 내부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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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

정국 운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삐걱거린다.

당 핵심부가 청와대의 독주를 겨냥,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지난해 DJ 대선자금에 대한 야당측 국정조사 요구가 신경전의 도화선이 됐다.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제기해 온다면 안받을 이유가 없다" 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원내 사령탑인 한화갑 (韓和甲) 총무가 발끈했다.

韓총무는 11일 "국회와 당이 청와대에 종속된 게 아니다" 며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다.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건 1차적으로 총무의 몫. 그래서인지 金실장의 발언을 영역 침범으로 여기고 몹시 언짢은 눈치다.

이날 채영석 (蔡映錫) 의원도 당무위원회에서 "야당과 청와대가 맞상대한다는 인상은 좋지 않다"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이고 야당측 오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며 청와대측의 월권을 은근히 꼬집었다.

남정호 기자

◇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초강경 노선을 보는 요즘 한나라당내 시각은 세갈래다.

전폭지지와 방관, 그리고 중간그룹으로서 '대화복원' 을 도모하는 유화론이다.

전폭지지쪽은 李총재계의 신주류와 이기택 (李基澤.KT) 전총재대행의 민주당계. KT쪽은 '오로지 강수 (强手)' 를 조언한다는 전언이다.

비주류는 불만 속 방관중이다.

"여지를 없앤 강공일변으로 스스로 족쇄를 찼다" 등으로 李총재의 미숙함을 꼬집는다. 이한동 (李漢東) 전부총재는 "유학중인 아들을 만나러 간다" 며 9일 미국으로 떠버렸고 김덕룡 (金德龍) 전부총재도 호남지역에 체류중이다.

서청원 (徐淸源) 전총장은 "내가 할 역할은 없다" 며 자택에 칩거. 대화론은 주류의 김윤환 (金潤煥) 전부총재가 중심이다.

"결국 유화론이 필요한 때" 라며 개인 파이프라인을 가동중이다.

한화갑 (韓和甲).김영배 (金令培).김봉호 (金琫鎬) 의원 등 국민회의 중진들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석현 기자

◇ 자민련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이 朴의장의 당적 (黨籍) 이탈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金총리는 10일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 초청으로 열린 자민련 의원부부 초청 만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朴의장에게 "당적을 계속 가져달라" 고 당부했다.

金총리는 "朴의장께서 당을 떠나겠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뜨끔뜨끔했다" 며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당적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고 당적 이탈에 대한 재고를 부탁했다.

한석이 아쉬운 자민련 (현재 52석) 으로서는 향후 내각제 추진 때 국회 사회봉을 쥔 朴의장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朴의장은 건배를 제의하면서 "양식 맛은 이곳이 최고" 라며 딴전을 피웠다.

朴의장이 金총리의 당부를 애써 외면한 것이다.

최재순 의장정무비서관은 "당적 포기는 朴의장의 확고한 신념으로 단지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고 전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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