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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도 지지층, 오바마에게 등 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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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바마 지지율이 취임 때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 지지도가 취임 당시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GfK가 실시한 조사와 USA투데이·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AP는 “오바마가 취임 당시 미 국민에게 던진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가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다”고 22일 보도했다.

◆6개월 만에 빛바랜 기대=AP통신·GfK의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재임 중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취임 당시(80%)에 비해 19%포인트 떨어진 61%로 내려앉았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도 1월의 83%에서 62%로 21%포인트나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재정 적자 감축(49%→35%)과 ▶의료보험 개혁(63%→57%) ▶미국 이미지 개선(79%→64%) 등의 항목에서도 오바마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빛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집권 첫해인 올해에 경기 회복 기미가 감지될 것이라는 응답도 취임 당시(27%)에 비해 11%포인트 줄었다.

반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자는 54%로 지난달(46%)보다 많아졌다. 또한 중도 성향의 지지층이 더 빠르게 오바마에게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55%)이 취임 당시에 비해 9%포인트 떨어진 데 비해 중도 성향 지지층의 지지율 감소는 20%포인트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그가 펼치는 정책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USA투데이·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오바마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7%로 2월(5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오바마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응답자(56%)가 지지(44%) 의사를 표명한 숫자보다 많았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정책과 외교 등 대외 정책은 지지하는 입장이 더 많았지만 경제와 세금, 재정적자와 의료보험 정책 등 국내 현안에 관한 미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오바마는 수퍼맨이 아니다”=오바마 앞에는 국내외의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문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도 골치 아픈 과제다. 이제 전임자를 탓할 수도 없다. 취임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더딘 경기 회복은 오바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취임 당시 7.6%이던 실업률은 지난달 9.5%를 기록했고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익 활동을 하는 샌디 스미스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이라며 “오바마는 수퍼맨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오바마의 지지율은 55%다. 그 자체로 나쁜 성적은 아니다. 같은 시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높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취임 당시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율이 대통령이 업무를 개시한 뒤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오바마가 앞에 놓인 굵직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지 의문이 커진다는 데 있다.

특히 지지율 하락으로 그가 강력히 추진하는 3대 개혁(의료보험과 교육, 에너지)이 당장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의회의 협조를 얻는 데도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의회에서 의료보험 개혁안을 밀어붙여야 하는 오바마에게 지지율 하락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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