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공과금 꺼린다지만 들여다보니 해법이 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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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과 정부 인허가료 등의 수수료, 대학등록금 같은 학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라고 전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수용 시한은 오는 12월이다. 개선 권고가 나오기까진 실무자인 권익위 제도개선담당관실 김성훈(42·사진) 사무관의 공이 컸다. 그는 “권익위 권고의 80% 이상이 수용되기 때문에 올해 말께엔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공요금 신용카드 납부 사업은 권익위가 2009년 10대 중점 사업 중 우선했던 사업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3~6월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인 국민신문고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애로 사항 청취를 위한 제안 공고’를 올려 1200건의 제안을 받았다. 그중 6분의 1이 공공요금과 학비의 신용카드 납부와 관련한 것이었다.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최근 3년치 민원도 검토해 봤더니 카드 납부와 관련한 내용만 6000건이 넘었다. 김 사무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우 112개 종류의 수수료를 받지만 신용카드가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며 “특히 전기요금이나 도시가스 요금 등은 자영업자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태도는 달랐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도 잘 내는데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김 사무관은 해법을 찾기 위해 관련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2~6월엔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도시가스협회·여신금융협회 등 관련 기관 담당자 20여 명을 모아 총 세 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사무관은 민원인이 올린 인터넷 글을 보여줬다. ‘장사가 안 돼 가스·전기요금을 밀렸고 결국 공급이 끊기게 됐는데 카드 납부가 안 돼 가게 문을 닫게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담당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비를 신용카드로 받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련 기관이 취지에 공감한다고 해도 카드 수수료가 문제였다. 카드 수수료를 공공기관이 떠안으면 공공요금이 오르고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김 사무관은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받고 있는 서울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문의해 봤다. 수수료를 내는 대신 카드사가 징수액을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내게 하는 ‘신용 공여 방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 2월부터 지자체 중 유일하게 각종 수수료를 카드로 받는 대구 수성구청의 담당자도 면담했다. 담당자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전체의 5%뿐이라 가맹점에 해당하는 구청이 부담하는 한 달 카드 수수료가 1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수수료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피해 갈 방법도 있다”며 신용카드 납부를 권장했다.

김 사무관은 7개 카드사의 가맹점 관리 담당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면 카드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답변과 ‘특정 카드사와 제휴를 하면 카드사는 회원을 확보하고 공공기관은 수수료를 줄이고, 이용자는 카드 납부라는 편리를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얻었다.

이렇게 김 사무관이 카드 납부 해법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만난 관계자들만 100여 명이 이른다. 그는 “민원인 대부분이 당장 현금 융통이 어려운 자영업자, 서민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만큼 행정기관과 대학들이 카드 납부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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