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세수 줄어 ‘돈 가뭄’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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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는 2월 지방세 징수원(추심원) 2명을 1년 계약직으로 뽑았다. 이들은 금융회사에서 채권 추심업무를 담당한 경력을 갖고 있다. 5개월이 채 안 되는 동안 두 사람은 납부 기한 3년을 넘긴 악성 체납세금 5억3000만원을 거둬들였다. 덕분에 이들은 기본급 외에 한 달에 200만~250만원씩의 성과급을 받고 있다. 춘천시 유병갑 지방세 징수 TF 팀장은 “법률지식이 풍부하고 체납자와 관련된 정보가 많아 장기 체납세 징수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돈 가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체납된 지방세 징수에 나서는가 하면 급하지 않은 사업을 연기하는 등 ‘비상작전’에 들어갔다.

돈 가뭄은 정부가 4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교부세를 2조2000억원(8.1%) 삭감한 데서 비롯됐다. 교부세는 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운영비 보조금으로, 국세에서 19.24%를 떼 지원한다. 경기 침체와 감세정책으로 국세가 줄면서 교부세도 덩달아 감소했다. 여기에 아파트 거래 등이 급감하면서 취득세·등록세 등 지방세의 징수율도 예상을 훨씬 밑돌고 있다.

경북 김천시는 2027억원이던 교부세가 1854억원으로 8.5% 줄었고, 대구시는 4578억원에서 9.4%인 431억원이 깎였다. 대구시의 올 5월 말까지 취·등록세 징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8, 12.7% 줄었다. 금액으로는 204억7500만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 현재 지방세 징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 행정안전부 정헌율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연말까지 교부세 5696억원, 지방세 7144억원 등 모두 1조2840억원의 결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계획한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교부세 157억원이 줄자 광한루 주변 공영주차장 건립사업을 내년으로 미뤘다. 연간 8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광한루 주변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쌍교동·금동에 37억원을 들여 3500㎡ 규모의 주차장을 8월까지 만들기로 했으나 터 매입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남 순천시는 올해 30억원을 들여 단장하기로 한 동천~순천만 생태탐방로 공사를 포기했다. 세계적 연안습지인 순천만과 동천을 연결하는 탐방로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추경예산 편성 때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대구·춘천시는 하반기에 착수하는 사업 중 일부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대구시는 ‘무인 체납차량 자동인식시스템’이 장착된 차량 8대를 동원하고 있다. 이 차량은 오전 2~6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주차된 자동차의 번호를 인식해 체납 여부와 금액을 현장에서 판독한다. 대구시의 자동차세 체납액은 460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체납액의 30.9%에 이른다. 남원시 공무원들은 체납자를 찾아다니면서 “한꺼번에 납부하기 어려우면 조금씩이라도 내 달라”며 분납 약정서를 작성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세 체납자들이 돌려받을 국세 환급금을 압류하는 방법으로 체납된 지방세를 적극 거둬들인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불필요한 공유재산을 매각하도록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다. 재정 결손액을 메울 수 있도록 지방채 발행(차입)도 도와주기로 했다. 돈이 필요한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기획재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을 대출받도록 주선하고 있다. 행안부 박성환 재정정책과장은 “교부세 삭감액만큼 지자체에 기금을 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찬호·장대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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