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발등의 불로 다가오는 ‘고령화 뇌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다행히 우리는 건강보험·연금보험·요양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제도가 있어 다소 안심은 된다. 그러나 문제는 노인이 될수록 병치레가 많아 의료비를 많이 사용해야 하고, 수명이 자꾸 길어지니 연금 재정도 부족해지고, 기력이 쇠하여 수발을 필요로 하는 노인 수가 늘어 사회적 부담이 커지는 데 있다.

‘노인이 많아지는 만큼 보험료를 더 걷으면 되지’ 하겠지만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젊은 층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을 보면 2000년에 7.2%이던 것이 2020년에 17.7%, 2040년이면 32%가 된다. 사회보험료를 주로 부담하는 사람은 20~49세 연령층인데 2000년에는 젊은 층 7명이 노인 1명을 책임지면 되었는데 2020년에는 2.7명이, 2040년에는 1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는 서른 살이 되면 1명의 노인을, 마흔 살이 되면 1.2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일이 벌어져 지금 태어나는 아이에게는 가히 고령화 폭탄이 될 것이다.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오늘의 새싹들이 부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비록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겠지만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보험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먼저 재원 조달에서 보험료 외에 세금의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보험료는 주로 젊은 층이 부담한다. 세금은 모든 국민이 골고루 부담하는 장점이 있다. 세금에서 사회보험 재원의 일부를 충당하면 미래의 젊은이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연금제도는 개인이 적립한 만큼 연금을 받도록 하는 완전 적립 방식으로 바꾸어야 미래의 젊은이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연금제도보다 더욱 급하게 개혁해야 할 것이 의료비를 부담하는 건강보험과 수발비를 부담하는 요양보험이다.

노인의료비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진다. 2020년의 추계치를 보면 노인인구 비중은 15.7%인데 노인의료비 비중은 43.8%나 된다. 노인의료비는 인구보다 더욱 무서운 핵폭탄이다. 그리고 의료비를 많이 쓰는 노인은 결국 요양시설에서 수발을 받아 요양보험의 비용도 많이 축내게 된다.

건강보험과 요양보험을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의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는 건강보험제도의 개혁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을 통합했지만 관료화로 보험 재정 관리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제도의 분권화를 통해 경쟁이 가능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둘째는 건강증진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예방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쉰 살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건강 문제는 늦어도 마흔 살쯤부터 건강을 관리해야 예방할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보건소 진료 사업은 농촌 지역을 제외하고는 중단하고, 건강증진사업에 진력해 주민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의료비와 요양비 통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세 가지 사회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