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 내고 영화 다운받은 네티즌 처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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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선우(28ㆍ가명)씨는 지난 주말 한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영화다운로드’를 쳤다. 그 결과 ‘무료영화다운로드’ ‘최신영화다운로드’ ‘영화다운로드받기’ ‘영화다운로드사이트’등 수십 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올라왔다.

이씨는 “‘복제물을 내려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게시판에 ‘돈 내고 다운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글들이 보여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A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뒤 2000원을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편당 200원, 4편의 영화를 800원에 내려받았다.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 내 ‘저작권 경찰팀’이 헤비업로더 110여명을 적발하고 이 중 74명에 대해 저작권 위반 및 방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이씨는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영화를 내려받은 나도 걸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이라 몰랐다고 자수해야 하나”등의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의 불법 복제물을 다운로드 받는 네티즌(이하 다운로더)은 처벌을 받게될까.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신종필 사무관은 “처벌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간한 ‘저작권100’에 따르면 P2P사업자가 권리처리(권리자의 허락을 받아 서비스 함)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특히 다른 이용자들과 저작물을 공유(업로드)할 경우 이는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 신 사무관은 “정부는 다운로더도 불법 복제물 유통의 한 측면을 담당한다고 보지만 현재로선 게시ㆍ방조한 자에 대해서만 처벌하고 있다”며 “다운로더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저작물 다운로드에 대한 법리 해석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씨는 “100~200원의 싼 값이지만 일정액을 냈고 포털 검색란에 ‘영화다운로드’가 금칙어로 설정되지 않아 스폰서나 파워링크에 연결된 사이트에서는 콘텐트를 내려받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지불한 비용은 저작물 제작사가 아닌 불법 행위를 저지른 웹하드업체와 헤비로더들에게 송금된다. 20일 적발된 이들이 벌어들인 60억원은 범죄 수익금으로 국고에 환수된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영화다운로드’ 등의 단어가 금칙어로 설정되려면 음악ㆍ영화ㆍ드라마 저작권협회나 신탁관리업체 등의 권리자가 포털 측에 ‘불법 복제물 업로드 사이트 게재 중단’이라는 구체적 요청을 해야 한다. 신 사무관은 “권리자가 금칙어 설정을 요청해도 그 폭이 워낙 광범위해 포털측은 검색 자유와 다양성을 원하는 네티즌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NHN은 “저작권법이 개정되는 23일부터 P2P 사이트나 개인간의 파일이 오갈 수 있는 게시판 형태의 영화다운로드 사이트는 아예 광고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합법적으로 등록된 업체만 노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로더ㆍ다운로더 모두 법적 처벌을 받는 나라는 현재는 미국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저작권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본과 프랑스 등은 다운로더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무관은 “아직 저작권에 대한 국민 인식이 확립되지 않아 현재로선 계도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보다 저작권 침해가 더 악화된다면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해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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