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성공벤처'뒤엔 경영귀재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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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성공을 원하는 벤처기업은 먼저 훌륭한 전문경영인을 확보하라. 마이크로소프트 (MS) 의 빌 게이츠나 야후의 제리 양 등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인터넷 분야에서 기업을 일으켜 명성과 재산을 한손에 움켜쥔 대표적인 업계 스타들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세계적 강자로 크려면 뛰어난 기술과 함께 훌륭한 경영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야후 (Yahoo!)' 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 (CEO) 겸 사장은 창업자인 제리 양이 아니라 티모시 쿠글 (46) 이다.

버지니아대.스탠퍼드대학원을 거친 쿠글은 스스로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세계적 통신업체 모토로라에서 7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시애틀의 한 중소 통신업체 사장으로 있던 그는 야후가 설립된 이듬해인 95년 직원 4명이던 야후에 사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그는 벤처기업들이 당하기 쉬운 적자를 탈피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지출을 꼼꼼히 관리했다.

또 야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일본.영국 등 국제적으로 야후 서비스를 확장, 광고 수입을 늘려나갔다.

워크스테이션 등 고성능 컴퓨터 생산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캇 맥닐리 (42) 회장도 컴퓨터 엔지니어가 아니라 하버드대.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군수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맡았던 경력을 바탕으로 82년 선사 (社) 창립 당시 생산.운영 담당 부사장으로 참여했다.

당시 회사 설립에는 공학도 2명과 경영학석사 (MBA) 출신 2명이 함께 참여했다.

기술과 경영이 창업 단계부터 손을 잡은 사례다.

84년 CEO직에 오른 맥닐리는 88년 생산체제 결함으로 첫 분기별 적자를 내자 직접 컴퓨터 생산 라인을 재조정, 회사 정상화에 성공했다.

지난 7월 MS 사장에 오르면서 '빌 게이츠의 후계자' 로 부상한 스티븐 발머 (42) 역시 게이츠와 함께 MS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하버드대.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 (P&G)에 입사한 발머는 80년 대학 친구였던 게이츠의 제의로 MS로 자리를 옮겼다.

그후 MS의 판매.지원담당 수석 부사장이 된 그는 인터넷 브라우저 분야의 선두주자인 넷스케이프에 대항해 자사의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무료 배포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했다.

"빌 게이츠가 시장을 개척하면 발머는 이를 장악한다" 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로 유명한 넷스케이프도 94년 창업 초기부터 기술개발과 경영이 분리된 경우다.

일리노이대 재학시절 인터넷 브라우저의 원조격인 '모자이크' 를 개발, 선풍을 일으킨 마크 앤드리센은 현재 상품개발 담당 부사장을 맡아 기술 분야만을 책임지고 있을 뿐이다.

경영 전반은 특송업체인 피더럴 익스프레스의 수석부사장과 AT&T 이동전화 담당 사장을 지낸 짐 박스데일 (55) 사장 겸 CEO가 맡고 있다.

96년 매출이 3백%나 증가하는 등 고속 성장 가도를 달려온 넷스케이프가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빠지자 박스데일은 스스로 연봉을 단돈 1달러로 정하고 타도 MS의 기치를 올리고 있다.

MS의 공세에 맞서 무료 배포 정책으로 전환해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반 (反) 독점 제소를 통해 MS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세계 컴퓨터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32) 회장은 시장을 보는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대성공을 거둔 경우다.

84년 텍사스의대를 중퇴하고 컴퓨터조립 판매 사업에 뛰어든 델 회장은 변

변한 소프트웨어나 탁월한 기술을 개발한 적이 없다.

델의 성공 비결은 일찍부터 기존 대리점 판매방식 대신 전화.통신 등을 통한 직접판매와 주문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등 물류 혁신을 이룬데 있다.

'인텔 칩에 MS의 윈도' 라는 PC 표준이 정해진 상황에서 델은 무재고 경영을 실현시켰고 이를 통해 10%이상 비용을 절감했다.

모든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이 빌 게이츠나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처럼 기술개발·경영 양쪽에서 모두 천재성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최근 한글과 컴퓨터 사태에서 보듯 벤처기업의 성공 여부는 적절한 역할 분담에 달려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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