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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현대, 반도체 경영권 놓고 갈등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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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LG그룹이 10일 현대전자.LG반도체 합병회사의 경영권을 갖겠다고 공개 선언하고, 현대측도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는 등 반도체 구조조정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LG 구본무 (具本茂) 회장과 현대 정몽구 (鄭夢九).정몽헌 (鄭夢憲) 회장이 전화접촉 등을 통해 입장을 조율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이문호 (李文浩)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LG가 반도체 단일회사의 경영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현대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협상 자체의 결렬이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LG는 그동안 현대와의 반도체 단일회사가 필요하다면 50대50의 지분으로 공동회사 설립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이를 전면 부인하고 강경 입장을 표시한 것.

李사장은 또 "현대와 동일지분을 갖더라도 LG가 경영권을 가져야하며 단 1%의 지분차이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강조하면서 "전경련에서 발표한 7개 업종의 사업구조조정은 어느 한쪽이 욕심을 부리면 지금도 깨질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鄭씨 일가의 복잡한 지분 분할구조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70대30의 비율로 참여하되 현대가 주도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 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그룹 경영전략팀장인 이계안 (李啓安) 부사장은 "반도체 부문의 경영주체를 조기 선정해 달라는 정부의 주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고 밝히고 "이 경우 현대가 경영권을 행사해야 하는 게 순리 아니냐" 며 경영권 확보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산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인데 현대와 LG 중 어느 쪽의 기술이 앞서 있는지를 보면 누가 경영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고 강조했다.

또 현대의 부채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비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심비오스사 등 해외사업부문을 매각, 12억6천만달러를 확보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진행 중"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LG는 50대50 비율로 단일회사를 설립, 외국자본 유치를 주장한 반면 현대는 70대30을 주장했다" 고 소개하고 "현명한 분들이니 좋은 결론을 낼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孫부회장은 또 LG측이 "우리도 具.許씨 두 집안이 합쳐 잘 경영한 경험이 있으니만큼 공동경영을 해도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구조조정을 둘러싼 LG와 현대의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못할 경우 재계 구조조정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시래.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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