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레퍼토리 자랑하는 노멀 앙상블 관현악단

중앙일보

입력


매주 목요일 오후 서초구민회관에서는 관현악 앙상블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자원봉사로 나눔공연에 나서고 있는‘노멀 앙상블 관현악단’이 만드는 소리다.

이 악단은 현직 음대 교수를 비롯해 정년 퇴임한 초등학교 교장, 현직 팝스단원 등 이력과 경력이 다양한 60~70대 남성들로 구성된 관현악 앙상블이다. 40년 전 같은 군악대 출신이자 당시 사범학교(현 교육대) 학생이던 친구 5명이 만나 2003년에 결성했다. 지금 까지 활발하게 공연 활동을 펼쳐온 ‘노멀 앙상블’ 이름도 사범학교(Normal School)에서 따왔다.

매주 목요일 4시간씩 연습
5명으로 출발한 노멀 앙상블은 최대 12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8명이 활동하고 있다. 트럼펫을 맡고 있는 차주용 단장을 중심으로 박영원 악장(클라리넷)과 단원인 김인철(엘토 섹스폰·현 백석예술대학 교수), 기청(바이올린·현 서울교대 음악과 교수), 맹진구(트럼본·현 부천 팝스단원), 안민성(트럼본), 차한(드럼), 전우일(테너 섹스폰)씨 등이 함께 한다.

이 악단은 노련한 관현악 앙상블을 뽐낸다.평생을 악기와 함께 한 이들이 이뤄내는 농익은 연주는 거르지 않는 연습에서 나온다. 매주 목요일 서초구민회관 지하연습실에서 오후1시 30분부터 4시간 연습한다. 각자의 생업을 생각하면 1주일에 4시간을 내기란 무척 힘든다. 하지만 연습을 쉬는 날이 거의 없다.

연습은 튜닝부터 시작한다. 박 악장의 클라리넷 소리에 맞춰 한명씩 돌아가며 음색을 가다듬는다. “소리가 일정하게 안 나가서 그래”“좀더 높게” 튜닝 단계에서부터 서로에게 애정어린 훈수를 둔다. 차 단장은 얼마전 30대의 아들 차한씨를 드러머로 영입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게 음악을 선사하려면 젊은 멤버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차한씨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팀이 됐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음악 전문연주단
이들은 스스로를 ‘생활음악 전문연주단’이라 부른다. 박 악장은“들었을 때 편안하고 즐거운 음악을 나누는 게 우리가 연주하는 목적”이라며 “소외계층을 찾아 가 주로 연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음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관현악 앙상블은 해석이 어려운 곡도 너끈히 연주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병원과 노인정 등 자선 공연을 주로 하다보니 청중이 듣기 쉽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삼게 됐다. ‘행진곡 부기대령’‘승전가’ 등 생동감 넘치는 관악 합주에서‘친구여’‘아파트’‘잊혀진 계절’ 등의 가요,‘반달’같은 동요까지 이들이 레퍼토리는 300여 곡에 달한다.

공연 일정도 빡빡하다. 서초구 전문 자원봉사팀으로 평균 월 4회씩 자선공연을 한다. 서초구 내의 병원이나 복지관 공연, 장애인 및 노인을 위한 공연에는 빠지지 않는다. 세계환경의 날이나 경찰의 날 기념식에도 초대악단으로 연주한다. 2007년 22회, 2008년 25회 공연을 했다. 올해엔 11회 공연했다. 청년들도 힘들만한 일정이다.

70세로 가장 연장자인 차주용 단장은 “즐거울 따름이다. 우리 연주를 듣고 좋아하는 환자나 노인, 아이들 얼굴을 보면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연주를 통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느만큼 연주를 더 많이 하고 싶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

< 사진 = 김진원 기자 >

<사진 설명="‘인생을" 음악과 더불어 건강하게, 즐겁게, 보람있게’를 모토로 활발한 자선공연을 하고 있는 노멀 앙상블. 왼쪽부터 맹진구·차한·박영원 악장·차주용 단장·김인철·안민성씨의 모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