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지표 좋고 금융시장 안정 … 미국 증시 ‘황소’ 돌아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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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넘는 기업 실적과 경기지표 호전, 금융시장 안정이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21일 의회증언도 이런 추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하강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며 “아직까지 경제에 추가적 위험이 남아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한적인 만큼 통화정책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는 “연준은 경기 회복세가 보다 견고해졌을 때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며 “(출구전략은) 나중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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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다우지수는 6일 연속 올랐고, 21일에도 오전 11시 현재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고용시장이 불안하지만 미국 경기가 바닥 근처에 왔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월가에선 ‘서머 랠리’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삼박자 맞아떨어진 증시=CIT그룹의 파산위기 탈출 소식에 뉴욕 증시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정부에 손 벌리지 않고 30억 달러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파산을 면했다. 이게 증시엔 청신호였다. 파산 위기에 몰린 금융회사에 민간자본이 자발적으로 돈을 댄 건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시장이 그만큼 안정되고 있다는 얘기다.

체감경기도 나아지고 있다. 미국 민간 경제연구소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6월 경기선행지수는 0.7% 올라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는 향후 3~6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가늠케 하는 지표로 당초 전문가들은 0.4% 상승을 예상했었다.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올봄부터 경기 침체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올가을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계 2위 장난감 제조업체 하스브로, 에너지기업인 핼리버튼 등이 ‘깜짝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앞으로도 비슷한 실적 발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S&P 500 종목 중 30%, 다우지수 구성 종목 중 40%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주가와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됐다. 골드먼삭스는 현재 950선인 S&P500지수가 연말 106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보다 120포인트 더 올린 것이다.

◆더 많은 증거 필요=하지만 최근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기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증시 상승의 원동력으로 ▶기업들의 깜짝 실적 발표 ▶고용시장의 개선 조짐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 등을 꼽았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월 이후 최소로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이 겉으로는 개선 기미다. 하지만 이는 GM 등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예정보다 빨리 파산보호를 신청한 데 따른 일종의 ‘시차효과’다. 중국이 2분기 7.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상반기 신규 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정도 늘어나는 등 금융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기업들의 깜짝 실적 발표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드바이저스애셋 매니지먼트의 매트 로이드는 “앞으로 기업 실적이 좋게 나오더라도 시장이 지금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손해용 기자

◆경기선행지수=3~6개월 후의 경제 동향을 가늠케하는 지표다. 미국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콘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가 신규 실업급여 신청건수, 소비재 신규 주문, 건설 허가 등을 조사해 매월 발표한다. 기준 연도인 2004년의 경기를 100으로 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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