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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C 수상자를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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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개인부문 글로벌어워드 대상·은상 받은 백찬우·지우 남매

“모든 문제의 해답은 책에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놀았을 뿐인데 GM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죠.”

중앙일보와 고려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 제1회 국제수학대회(GMC:Global Mathematics Championship)에서 글로벌어워드 개인 부문 4레벨(초교 4) 대상과 6레벨(초교 6) 은상을 차지한 포항제철서초등학교 백찬우(10)·지우(12) 남매. 이들은 각종 경시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고 있는 우등생이다. 단 한번도 수학학원에 다녀 본 경험이 없다는 남매의 공부 비결은 뭘까. 두 학생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책 안에 답 있다

제 1회 GMC대회에서 글로벌부문 4레벨 대상과 6레벨 은상을 수상한 백찬우左·지우 남매가 모형을 이용해 과학 놀이를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찬우와 지우의 방 안에는 여기저기 다양한 책이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무엇을 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TV와 인터넷도 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 남달리 숫자를 좋아하는 찬우는 수학소설·수학자·퍼즐이론 등 수학 관련 책을,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는 지우는 세계사와 문학작품을 즐겨 읽는다. “학교 시험뿐 아니라 경시대회 문제가 책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책은 수학적 상식을 넓히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보물창고죠.”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이 재밌다는 찬우는 생활이 수학이다. 선수들의 타율을 계산하며 야구를 보고 음식 재료의 그램(g) 수를 따져 가며 요리책을 읽고, 클래식 악보만으로 음악을 감상한다. 찬우에게 수학은 공부가 아니라 놀이라는 것. 반면 지우에게 수학은 이야기다. “문제를 이해하면 답이 보여요. 어려운 문제는 조각조각 분해해 생각한 뒤 나중에 조합하면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죠.”

성취의 기쁨이 도전으로

찬우에겐 작은 꿈이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 가족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가는 것. 각종 경시대회 수상으로 이미 해외 경험도 있지만 놀이동산에서 맘껏 놀고 싶은 마음은 여느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수상을 하면 상금을 주는 대회도 있어요. 제 힘으로 부모님과 여행하고 싶은데 저는 아직 어려 돈을 못 벌잖아요. 그래서 경시대회에서 받는 상금을 열심히 저축했어요.” 찬우가 모은 돈은 벌써 500만원이 넘는다. 찬우는 가을께 이 돈을 펀드에 투자해 볼 생각이란다.

지우는 시험을 즐기는 아이다.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하나씩 이뤄 나가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말 안 들으면 경시대회 못 나가게 한다’라고 할 정도.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 노력해서 성취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그래서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죠.” 지우는 초등 3학년 수업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했다가 나중에 친구의 풀이 과정을 보면서 그 속에 규칙이 있음을 처음 발견했다. 그때부터 수학에 재미를 붙였고, 그해 경시대회에 처음 출전해 동상을 받았다.

엄마 아빠, 자신감의 원천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남의 집 얘기다. 찬우와 지우는 오히려 ‘잠을 자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듣는다. “아빠는 우리 뒤에 언제나 엄마와 아빠가 있으니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뭐든지 해 보라고 말씀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에서 자신감이 자라나는 것 같아요.” 회사 일이 바빠 얼굴을 보기 힘든 아빠지만 가끔 아빠의 한마디에 찬우와 지우는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다. 엄마 최서윤(42)씨는 “아이들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나이에 맞게 배우고 뛰어놀며 경험하게 하면서 키우고 싶다”며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찬우와 지우에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생기느냐’고 물었다. “내가 틀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엄마와 아빠의 믿음, 그것이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글=라일찬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단체부문 글로벌 어워드 수상 포항제철서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상상력으로 문제해결 하도록 할 뿐

지난 18일 포항제철서초등학교(이하 포항서초교)에서 만난 김헌수 교무부장은 국제수학대회(GMC) 등 경시대회에서 성과가 좋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학교와 재단, 교사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포항서초교는 제1회 GMC에서 개인부문 수상자 뿐 아니라 단체부문 글로벌상까지 거머쥐었다. 한국과 미국·캐나다에서 동시에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수학 실력을 보인 것.

수학반 학생들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대 팔추노프 교수와 함께 창의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그러나 이 학교에는 경시대회를 대비한 특별수업이 없다. 다만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게 특징. 특히 교수와 교사들이 함께 분야별 연구위원회를 구성, 연구 활동을 통한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 현장에 반영하는 것이 남다르다. 양영욱 교사는 “공과대 교수들과 아이들이 직접 만나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궁금증을 질문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며 “교수들에게 단순히 계산이 아니라 사고력을 키우는 재미있는 문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포항서초교는 매년 3월 전교생 대상 수학 시험을 치른다. 학년별 수학 영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주 3일, 하루 90분씩 수학 관련 방과후 수업을 한다. 수업은 토론과 발표로 이뤄지는데 문제를 찾아가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 교사는 “과제를 주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친구들과 함께 토의한 이후 그 결과를 한 사람씩 나와 발표하게 한다”며 “교사는 개념 부분만 설명할 뿐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또 2003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보시비르스크대에서 수학 교수를 초빙, 아이들에게 직접 창의사고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재단의 고영민씨는 “전문 통역관과 함께 수업하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불편함은 없다”며 “기초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양 교사는 “수학 교육 방향의 핵심은 단답형 도출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GMC는 이런 면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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