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성추문 수사보고서에 96년 대선자금 불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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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름휴가와 해외순방을 마치고 3주일 만에 워싱턴에 돌아온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사면초가 (四面楚歌)에 몰려 있다.

중간선거를 의식한 자당 (自黨) 의원들의 비난공세에다 제출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성추문 수사보고서, 다시 불거지고 있는 96년 대선자금문제 등이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르윈스키 성추문과 관련, 연방대배심에서 증언한 직후 대국민 연설을 갖고 휴가지로 떠났던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북아일랜드를 방문하며 오랜만에 대통령 기분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클린턴을 맞이하는 것은 화살뿐. 특히 르윈스키 성추문이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클린턴의 지지자였던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비난한 데 이어 패트릭 모이니언.봅 케리 상원의원 등 민주당 중진들이 그를 공격하고 나섰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부도덕한 대통령편을 드는 것은 불리하다는 분위기가 민주당 의원들간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구의 정서에 좌우된다' 는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글렌 데닝 메릴랜드 주지사는 클린턴이 참석할 예정이던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취소해버렸고, 상당수 하원의원들도 대통령의 선거지원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는 섹스스캔들과 관련, 대통령탄핵 가능성까지 비추고 있다.

곧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 검사의 대통령비리 보고서와 96년 대선자금 수사도 클린턴을 압박하고 있다.

클린턴의 업무수행력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60%를 넘고 있지만 스타 검사의 적나라한 수사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대통령의 신뢰도는 또 한차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공화당의 선거자금 수사 압력에 몰려온 재닛 리노 법무장관이 최근 클린턴과 앨 고어 부통령의 96년 대선자금 불법성 여부 수사를 재개키로 결정해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의 살 길은 좋은 정책뿐이라고 판단한 클린턴은 교육.사회보장제도 개혁과 소비자보호법 강화 등을 앞세워 곧 전국을 누빌 예정이지만 바라는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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