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흔들리는 SK텔레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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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거래소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부동의 2위(시가총액 기준) 자리를 지켜오던 SK텔레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한달 새 주가가 17%나 하락하면서 2위 자리를 포스코에 내준 데 이어 이제는 한국전력에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SK텔레콤의 주가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29일 전날보다 2.42%(4000원) 하락한 16만1000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이날 2분기에 매출 2조3840억원, 영업이익 4627억원을 기록해 1분기보다 1%,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대는 SK텔레콤이 2000년에 올린 실적이다.

대우증권은 이 회사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3.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예측대로 될 경우 SK텔레콤의 순이익이 감소하기는 1997년 이래 처음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K텔레콤의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전망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정부 규제를 꼽는다. 계속되는 정부 규제로 이 회사의 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규제 사례로 ▶정부의 접속료 조정으로 수익 2400억원가량 감소▶전파사용료 차등부과▶번호이동 시차제▶8월 21일부터 40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하반기 요금인하 가능성 등을 들었다.

김성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접속료 조정 등 정부가 SK텔레콤에만 적용하는 규제를 늘리고 있다"며 "정부의 다양한 목표 달성을 위해 SK텔레콤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국의 확실한 의지로 이동통신 요금인하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개별 기업의 실적과 이익창출에 정책 당국이 간여한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기관과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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