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쬔 식품 찜찜할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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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방사선을 쪼여 살균.멸균한 식품들이 식탁에까지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식품공학팀이 완제품 형태 전의 원료에 방사선을 쪼여 완벽한 살균은 물론 고기맛까지 좋게 하는 육가공품 처리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제품들은 과연 안전한가.

방사선을 이용한 식품처리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찌게 끓일 때 넣는 중국산 양파, 떡 만들 때 넣는 중국산 참깨와 밤, 빵에 얹어 먹는 프랑스산 치즈, 디저트로 먹는 태국산 파인애플, 심지어 미국산 쇠고기와 닭고기, 오렌지 주스까지. 매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이런 제품들 중 방사선으로 멸균한 제품들이 섞여있을 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생산된 많은 식품들이 균을 없애고 유통기간을 늘이느라 방사선 처리되고 있기 때문. 방사선으로 처리할 수 있게 허가가 난 식품들은 세계 39개국에서 2백30여 종에 이른다.

추정되는 연간 유통량도 10여만t. 우리 나라에서 방사선 처리가 허가된 제품은 12종. 감자.양파.마늘.밤.버섯류와 가공식품에 쓰이는 말린 고기.어패류 종류, 된장.고추장 등을 분말처리한 양념류와 향신료, 효모.효소식품, 알로에 분말과 인삼 제품류 등에 보건복지부의 허가가 난 상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국내에선 거의 유통되지 않고 주로 외국에 수출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감마선 식품조사 (照射) 를 상업적으로 하고 있는 ㈜그린피아기술이 한해 약 2천여t의 식품을 방사선으로 살균하는 중. 과연 방사선을 쪼인 음식은 과연 안전할까. 국제 식품규격위원회 (Codex).세계 보건기구 (WHO).국제식량농업기구 (FAO)에서는 이미 "안전하다" 는 판정을 내린 상태. 국내 식품공학.영양학자들도 견해를 같이 한다.

고려대 생명공학원 이철호 (李哲鎬) 교수는 "식품에 쪼이는 방사선은 약한 방사선인 감마선으로 조사량에 따라 수분에서 수시간이라는 짧은 동안 쪼이기 때문에 식품을 열처리했을 때처럼 변화만 생길 뿐 방사능 유도물질도 전혀 생기지 않고 방사능도 전혀 남지 않아 방사능 오염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고 설명했다.

방사선을 이용한 식품처리 기술을 연구하는 원자력연구소 변명우 (邊明宇) 박사는 "통조림이나 저온살균법도 실용화되는 데 1세기가 넘게 걸렸었다" 며 "안전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극복하는 것이 문제" 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1921년 방사선 식품처리가 이뤄진 이래 방사선을 쬔 식품처리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돼 왔지만 아직 유독물질이나 발암물질을 과학적으로 발견해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FAO, WHO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전문가들이 참석한 합동회의에서도 우리 나라 허용기준 (10kGy:킬로그레이. 제품이나 식품에 1kGy를 쪼일 경우 물질이 1백만분의 3정도 분해된다) 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10~70kGy의 방사선을 쪼여도 아무런 건강상의 위험은 없으며 많이 쪼일 경우는 유해물질이 생성되기 전에 맛과 겉모양이 변해 식별이 가능하므로 최대선량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 하지만 국가별로는 허용범위의 차이가 크다.

가장 개방적인 미국의 경우 O - 157등 각종 균에 냉동 햄버거 고기 등 냉장.냉동 육류가 특히 취약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냉장.냉동 육류에 감마선 처리를 하도록 허가했다.

국외에서 가장 거부감이 큰 쪽은 일본. 0.15kGy의 적은 양을 쪼여 싹이 나는 것을 예방하는 감자 한 품목에만 방사선 처리기술을 허가한 상태지만 유통되는 감자의 양은 매년 1만5천t이 넘는다.

우리 나라는 이전보다는 많이 약해졌지만 소비자 단체들의 거부감은 아직도 상당하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문은숙 (文恩淑) 조사부장은 "과학적으로 점점 안정성이 입증돼 간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고 말한다.

훈증법이나 첨가제들도 나올 당시는 과학적으로 부작용이 없다고 했으나 기술의 발달에 따라 부작용이 확인됐다는 것. 따라서 상품표면에 방사선 처리여부를 표시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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