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지수동향]소비위축에 생산감소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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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비가 사상 최대폭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지만 소비감소폭은 그보다 훨씬 크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경제가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쓸 것 안쓰고 먹을 것 안먹는' 자린고비식 소비행태가 지속되면 산업기반이 유실 (流失) 되는 등 우리 경제가 탈진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감한 감세 (減稅) 정책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사회단체 등이 나서 건전한 소비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분기 (4~6월)가계수지동향' 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 줄어든 데 비해 소비지출은 13.2%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비지출은 무려 19.7%나 감소, 조사를 시작한 63년 이후 35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같이 소득 감소폭에 비해 소비를 더 많이 줄이다보니 저축할 수 있는 가계의 여윳돈은 오히려 더 늘었다.

세금 등을 내고난 후의 가처분소득은 올 2분기 월평균 1백85만4천원으로 지난해 (1백98만3천원) 보다 6.5% 줄었지만 가계흑자액은 같은 기간 57만1천원에서 62만9천원으로 10% 증가했다.

심지어 돈을 쓸 만한 여유가 있는 계층조차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올 상반기 도시근로자 가구중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의 경우 소득은 지난해보다 2.3% 늘어났는데도 소비는 11.8%나 줄였다.

"형편이 되는 사람들만이라도 적절히 소비를 해주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 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이 나올 정도다.

투자가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감소하고 수출수요마저 부진한 마당에 국내총생산 (GDP) 기여율이 54% (97년 기준)에 달하는 민간소비마저 이렇듯 줄어들면 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한편 감세정책.소비권장운동을 포함한 '특별대책' 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컨대 부동산.내구소비재 등 경기부양 효과가 큰 특정부문에 대한 한시적 감세정책을 펴는 동시에 부동산경기 활성화대책을 마련해 자산가치가 앞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의 박완규 (朴完奎) 연구위원은 "감세정책은 경기부양뿐만 아니라 정부의 확실한 정책방향을 보여주고,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 말했다.

박의준.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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