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사일비난 모면용'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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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짜 인공위성을 쐈는가. 아니면 대포동 미사일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고도의 연극인가.

북한이 4일 첫 인공위성 발사성공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군당국은 일단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일 당국의 대북 (對北) 정보능력과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발표내용은 추진로켓의 3단계 분리상황을 초단위로 정확히 기술하고 1, 2단계 추진로켓의 낙하위치 (동해.태평양) 위도와 경도까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언뜻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측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위성추진로켓과 미사일은 발사각도가 다를 뿐더러 비행거리와 궤적을 통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군정보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의 일반적인 과학기술 수준으로 봐도 위성 추진로켓을 정확히 운용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대사관의 정보관계자도 "북한의 주장은 난센스" 라고 단언했다.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미사일 발사움직임에 이미 오래전부터 대비해왔고 위성사진 등 물증도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김정일 (金正日) 의 주석취임을 앞둔 국제적인 충성선물 선전" 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교부대변인이 담화에서 "위성발사는 강성대국 (强盛大國) 을 다져나가는 우리 당과 군대.인민의 기상이 어린 것" 이라고 설명한 것도 다분히 내부용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위성추진로켓과 미사일발사 관측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제기한다.

한.미.일 당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미사일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 정보판단이 흐려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위성을 통해 전송하고 있다는 모르스부호가 우리 정보당국에 의해 사실로 파악됐다는 설 (說) 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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