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웹하드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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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터넷상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파일을 퍼올리고 이를 퍼뜨려 거금을 챙긴 ‘인터넷판 봉이 김선달’에게 철퇴가 내려진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저작권 경찰팀’은 상반기 인터넷 불법 복제물을 단속한 결과 헤비업로더(heavy uploader·웹하드 등 온라인을 통해 불법 저작물을 전송해 이득을 챙기는 사람) 43명 등 총 112명을 적발하고 이 중 74명에 대해 저작권 위반 및 방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웹하드업체 A사는 2007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2년여간 49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 이들로부터 무려 60억여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억원 어떻게 벌었나=웹하드업체 A사는 달랑 인터넷 사이트 하나만 개설해 놓고서 60억원을 챙겼다. 첫 번째는 물량 확보. A사는 우선 전문적으로 불법 파일을 퍼올리는 헤비업로더 10여 명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수익을 7(업체) 대 3(헤비업로더)으로 나누는 방식이었다.

헤비업로더는 영화·드라마·오락프로그램·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파일화’시킬 수 있는 콘텐트면 닥치는 대로 퍼올렸다. 헤비업로더 한 명이 올리는 불법 파일 건수는 평균 1만5000건. 특히 김모(30)씨는 아홉 군데 웹하드업체와 따로따로 계약을 하는 문어발식 방법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겼다.

헤비업로더들이 올린 불법 파일은 고스란히 A사 웹하드에 올려졌고, 이는 막강한 포트폴리오가 됐다. A사는 이를 바탕으로 네티즌 확보에 나섰고 “최신 영상물과 음악을 싼값에 내려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회원들은 보통 5000∼1만원을 결제한 뒤 영화 한 편에 200원, TV프로그램 한 편에 100원의 싼값으로 불법 파일을 내려받았다.

A사의 경쟁력은 ‘실시간 서비스’였다. TV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등은 지상파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A사 웹하드에 올려졌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 ‘선덕여왕’ ‘내조의 여왕’ ‘아내의 유혹’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A사 웹하드에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가 인기의 척도”라는 말까지 돌았다.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는 한국에 개봉하기 전 이미 A사 웹하드에 올라갔다. 최신의 동영상을 기존 유료 채널보다 10분의 1정도 싼 가격에 볼 수 있어 네티즌들로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김영산 저작권 정책관은 “네티즌들은 싼값이지만 일정액을 내고 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헤비업로더와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이 벌어들인 수익금을 몽땅 몰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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