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김인호 석방…환란재판 새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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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경식 (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金仁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4일 보석으로 풀려남에 따라 외환위기 원인규명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정공방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경제청문회 전초전이 될 증인신문을 앞두고 피고인들을 구치소 밖으로 끌어낸 변호인측이 "모든 증인을 총동원해 무죄를 입증하겠다" 는 입장인 데다 재판부도 최대한 다양한 증언을 듣겠다는 방침이어서 재판은 이제 장기전 성격을 띠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 7월 재판 시작 이후 이례적으로 매주 재판을 열어왔지만 姜.金씨가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검찰과 변호인 신문내용이 많아 오는 7일에야 겨우 증인신문을 시작한다.

姜.金씨는 그동안 검찰.변호인 신문에서 "정책관료로서 외환위기를 결과적으로 초래한 것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양심을 걸고 외환위기를 은폐했다거나 형사상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며 직무유기.직권남용의 두가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60여명의 전.현직 경제관료들에 대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동의해주지 않은 뒤 이들을 법정에 세워 증언을 듣겠다는 전략. 변호인단은 또 최근 탄원서를 제출한 남덕우 (南悳祐).신현확 (申鉉碻) 전 총리 등 전직 고위 인사들과 경제전문가들에 대해서도 증인신청을 할 방침이다.

서정우 (徐廷友) 변호사는 "아직 누구를 증인으로 신청할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을 포함, 피고인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증인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도 최근 정공법 (正攻法) 으로 맞서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김광일 (金光一) 전 대통령 비서실장.윤증현 (尹增鉉) 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윤진식 (尹鎭植) 전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 등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편 보석 결정에 대해 재판부는 재판의 장기화에 따른 순수한 법적 판단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경제청문회 개최 전망 등 상황변화에다 정책판단 잘못을 사법처리하는데 대한 법관들의 비판적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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