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규제' '급여낮다'이유 서울대 교수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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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서울대에서 젊은 교수 2명이 잇따라 자리를 '박차고 나가' 교수들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사표 제출은 특히 대학측의 과잉규제와 박봉 (薄俸) 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 대학의 연구여건에 대한 자성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경제학부 조인구 (趙仁九.39) 교수와 기계항공공학부 權영선 (38) 교수. 경제사회현상 분석방식의 하나인 게임이론의 권위자로 알려진 趙교수는 부임한지 10개월만인 지난 7월 사표를 냈다.

趙교수의 중도하차는 교수들의 해외출장과 교환교수 파견 등을 일률적으로 규제한 대학 내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명문 브라운대의 정교수직을 포기하고 지난해 9월 모교교수로 부임한 그는 연구를 위해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회 등에 자주 참석할 필요가 있었으나 대학측이 제동을 걸어 불만을 가져왔다는 것. 서울대 내규에는 교수가 한학기에 1주일 이상 해외출장을 가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미국 시카고대에서 교환교수 제의를 받아 대학측에 신청했으나 교수임용 후 4~5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내규에 따라 좌절되자 휴직을 한 채 교환교수로 나갔다가 이번에 일리노이대 석좌교수직을 택했다.

또 지난해 9월 전임강사로 임용된 뒤 개인사정으로 1년간 보류 신청을 했던 기계항공공학부 權교수도 지난달 중순께 임용취소원을 냈다.

재료강도학과 제어이론을 전공한 權교수는 미시간주립대 교수로 재직중 9대1의 경쟁을 뚫고 서울대교수로 임용됐으나 천양지차인 양국간 교수 대우문제로 미시간주립대에 주저앉고 말았다.

權교수가 미국에서 받은 급여는 연봉 8만달러 정도. 그러나 서울대 전임강사의 연봉은 3천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들의 서울대 교수직 포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젊은 교수들이 너무 현실에 민감한 것 아니냐" 는 지적도 있으나 "우리 대학의 열악한 여건 때문에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 는 소리가 높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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