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꾸러기] “아이들은 생각 커지고, 저는 잊었던 꿈 찾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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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책꾸러기 으뜸맘’으로 뽑힌 김성숙씨가 현호·예서·현빈(왼쪽부터) 삼남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김씨가 ‘책꾸러기’의 독후활동에 빠져든지 10개월 여. 김씨 가족에게 ‘책놀이’는 즐거운 중독이자 습관이 됐다. 이젠 아이들이 먼저 “이런 책놀이를 해보자”며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잦단다. [부산=송봉근 기자]

책꾸러기 캠페인의 스물네 번째 ‘으뜸맘’으로 뽑힌 김성숙(33·부산 연산동)씨 집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다섯살 쌍둥이 형제 현호·현빈과 연년생 동생 예서(4) 남매가 친구 같이 어울려 놀기 때문이다.

“한 번은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더니 ‘엄마가 자꾸 시끄럽다 그러면 우리는 벅적할 거야’ 하더라고요.”

이렇게 아이들의 재치 넘치는 언어유희는 김씨 일상에서 커다란 즐거움이 된다. 의성어·의태어가 많은 그림책을 꾸준히 읽힌 덕이다.

“또래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저절로 독후활동이 될 때가 많아요.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하는 거죠.”

‘다자녀 예찬론자’인 김씨는 “엄마는 옆에서 은근히 경쟁심만 유발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엄마의 긍정적인 자극에 아이들은 모두 ‘책놀이 매니어’로 자랐다. 독후 활동을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려는 날에는 외려 아이들이 “우리는 셋이니까 책놀이도 세 개 해야 돼”라며 나선단다.

‘책꾸러기’ 덕에 김씨는 잃어버린 자신의 꿈도 찾았다. 김씨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셋째 예서를 임신하기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로도 일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세 아이의 엄마 노릇을 하며 김씨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았다. 배운 내용을 집 안에서 실천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책꾸러기’에서 책을 받아보면서도 처음 6개월 동안은 별다른 독후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책꾸러기’ 홈페이지에 올라 온 다른 엄마들의 활동기를 보며 용기를 얻었고, 활동의 효과를 알고 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주부들이 집에만 있다보면 꿈을 놓치게 마련인데, 저는 ‘독후활동 지도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어요. 체계적인 공부를 한 뒤 책도 내고 강의도 해보고 싶고요.”

김씨의 인생 설계는 구체적이다. 내후년 쯤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할 생각이다. 논문주제도 벌써 정했다. ‘엄마가 책으로 놀아주는 아이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란 김씨의 소신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해보겠다는 것. “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부산=최다은 인턴 기자 dawnsea@hotmail.com,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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