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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대학생 2,002km 유럽 횡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처음엔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다리가 없는 젊은이가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홍보를 위해 손으로 휠체어를 굴려 유럽 5개국 2천2㎞를 횡단하겠다" 고 하자 대부분은 아무 말없이 "그게 가능하겠느냐" 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난 7월 24일 오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비를 마련해 김포공항 출국장을 나서던 그 젊은이는 "꼭 완주에 성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유럽에 보여줄 것" 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

정상인들이 걸어서 완주하기도 힘든 2천2㎞, 유럽 5개국을 무동력 휠체어로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5살때 교통사고로 두다리를 완전히 잃은 연세대 장애학생 박대운 (朴大雲. 28. 신문방송2) 씨와 동료 이동건 (李東建. 27. 인문학부3) 씨.

지난 7월 25일 독일 뒤셀도르프를 출발,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거치는 40일간의 유럽횡단을 무사히 마치고 2일 마지막 목적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 입성한다.

"비맞은 듯 흐르는 땀방울도 이젠 솜사탕처럼 친근하다. 땀방울에 쏟아버린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을 먹는다." (두학생이 현지에서 보내온 유럽횡단기 중에서) 유럽 출발을 앞두고 한달 동안 맹훈련했지만 한여름의 유럽을 횡단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몇 배 힘든 일이었다.

한 낮의 땡볕, 시도 때도 없는 폭우, 격심한 일교차. 휠체어를 굴리는 朴씨의 손목은 횡단 중반쯤에 이르자 마비 증세를 보였고 2인분의 배낭을 메고 산악자전거를 굴리며 朴씨를 뒤따른 동료 李씨의 어깨는 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헐어버렸다.

두 젊은이의 도전에 많은 이들이 힘찬 응원을 보냈다. 학교 동료 윤훈주 (尹熏柱.26.전자공4) 씨 등이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많은 이들이 응원의 글을 올렸다.

영화 '기막힌 사내들' 에 출연중인 인기배우 최종원.양택조씨는 "당신들이야말로 기막힌 사내들" 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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