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200명 강릉서 바둑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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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200여 명의 세계 청소년이 강릉에서 바둑 축제를 한다. 이 행사를 위해 유명 프로기사들도 대거 어린이들의 안내·지도 등 도우미를 자청하고 현지로 내려간다.

바둑은 청소년들의 두뇌 능력을 향상시키는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게임’이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온라인 게임에 밀려 유소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바둑계가 모처럼 한 덩어리로 뭉쳤다. 한국이 바둑 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도록 돕고 세계를 제패한 한국 바둑을 널리 알려 바둑 세계화에 일조한다는 것도 이 축제의 또 다른 목적이다. 제1회 웅진싱크빅 강릉청소년바둑축제. 8월 9~14일 5박6일 동안 강릉 영동대학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상철 광운대 총장)는 유창혁 9단, 양재호 9단, 정수현 9단, 허장회 9단, 권갑룡 7단 등이, 홍보대사는 강동윤 9단, 박영훈 9단, 최철한 9단, 박지은 9단이 맡았다. 최근 휴직 중인 이세돌 9단도 “청소년들의 바둑 사랑을 돕는 일이라면 무조건 현지에 내려가 돕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행사는 실력에 따라 8개 그룹으로 나뉘어 열리는 메인 대회, 속기 대회 등 다양한 바둑 대회가 골간이지만 프로기사의 개인 지도와 다면기, 바둑 골든벨, 축구·농구·줄다리기 등 운동경기, 연예 시간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바둑영어교실, 외국인과 바둑 한 수, 외국 어린이와 짝을 이룬 페어 대회 등 국제적인 화합을 위한 행사와 함께 푸짐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유창혁 9단과 양재호 9단은 “바둑이 좋은 게임이고 최고의 두뇌 스포츠란 걸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어린이들의 두뇌 능력을 향상시키고 게임 중독을 치유하는 데엔 바둑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정부와 강원도·강릉시가 이런 취지를 공감하고 예산 지원을 해 줘 감사드린다. 반드시 좋은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축제 고문을 맡은 조훈현 9단도 “바둑은 입문이 어렵지만 한번 배워 두면 평생의 반려가 된다. 바둑이 아직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그 진가가 밝혀질 것”이라며 이번 축제가 그런 역할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청소년바둑축제는 최근 통합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모처럼 힘을 합쳐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바둑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바둑협회의 심우상 국장은 “강릉 축제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몸이 되어 준비했다.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공영방송인 KBS도 이번 축제의 의의에 공감하여 이틀간 생방송과 녹화방송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전야제와 생중계를 담당한 바둑TV는 이 축제 기간에 KB한국바둑리그 티브로드와 바투의 경기를 현지에서 열고 한국 바둑이 세계를 제패한 과정을 필름에 담아 축제 기간 동안 대형 화면으로 내보낸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진행 인력을, 영동대는 시설 일체를 지원한다.

총예산은 7억여원. 이 중 6억여원을 문화관광부와 강원도·강릉시, 그리고 ㈜웅진싱크빅이 후원했고 나머지는 참가자들의 참가비로 충당한다. 중앙일보사와 KBS·한국기원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참가 신청=바둑이 약해도 8~19세 청소년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 및 숙식비 12만원. 27일 마감. 신청 대한바둑협회(02-2296-4871, 02-228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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