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 버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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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4월 말 증시를 뒤흔든 중국 쇼크에도 불구하고 미국계 자금은 1조4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계 자금은 1조3000억원 이상, 케이만군도 등 조세회피지역 자금은 4000억원 이상 한국 증시에서 이탈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증시의 방향은 외국인 주력 부대인 미국계 자금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단기성 자금 이탈 두드러져=대우증권이 외국인 투자자금을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미국계 자금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6조8877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차이나 쇼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한 5월에도 1조471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자금은 올 들어 4월까지 순매수를 하다가 5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유럽계 자금이 5월 한 달 동안 팔아치운 금액만 1조3678억원에 달한다. 단기성 자금과 헤지펀드들이 많은 조세회피지역에서 유입된 자금의 이탈도 두드러져 5월에 4271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미국계 자금은 한국에 오랫동안 투자해오면서 규모도 크고, 투자기간도 길어 장기투자 성격이 짙지만, 유럽계 자금은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중소형주를 공략하는 단기성 자금이 많다"면서 "중국 쇼크와 금리 인상 소식 이후 헤지펀드를 비롯한 단기성 자금이 시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유럽계 자금이 참고하는 FTSE 선진국지수에 한국증시가 편입된다는 소식에 남미권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자금 움직임이 변수=중국 쇼크 직후 일부 외국인들의 이탈은 단기간에 주가를 대폭 끌어내렸지만, 월별 추이로 따져보면 외국인들은 그래도 한국증시를 꾸준히 사고 있다. 다만 매수 강도는 뚝 떨어졌다. 6월엔 112억원, 7월엔 4384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외국인들의 평균 매수 가격은 지수 790대에 해당해 현재까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주가가 70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외국인들의 손절매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시장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계 자금이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반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94년과 99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5개월 연속 주식을 순매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5월 미국계 자금이 돈을 빼가지 않은 것은 하반기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었던 측면도 작용했다"며 "미국계 자금까지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경우 수요기반이 약한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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