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명소 된 상상어린이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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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기 원숭이다.”

15일 오후 4시쯤 서울 노원구 하계2동의 하계 상상어린이공원. 집으로 가던 길에 공원에 들른 윤재호(6)군이 커다란 나무 미끄럼틀 위에 있는 원숭이 모형을 발견하고는 엄마의 손을 잡아 끌었다. 공원에서는 어린이 10여 명이 뛰어 놀고 있다.

노원구의 하계상상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들이 15m 높이의 ‘자이언트 나무놀이대’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노원구 제공]


이 공원에는 높이 15m짜리 ‘자이언트 나무놀이대’가 우뚝 서 있다. 회전미끄럼틀이 달려 있어 ‘나비 되어 보기’ ‘자연의 소리 듣기’ 등 70여 가지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항균모래를 깔아놓은 유아 전용 놀이터도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낡은 놀이기구 몇 개만 덩그러니 있는, 외면받는 놀이터였다. 하지만 서울시와 노원구가 18억원을 투입해 5월 말 상상어린이공원으로 단장한 뒤 20년 된 놀이터의 분위기는 싹 사라졌다.

주부 김정미(34·노원구 하계2동)씨는 “상상어린이공원은 관리가 잘돼 있어 언제 와도 깨끗하다”며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을 공원으로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김청혜(14·중1)양은 “전에는 놀이기구도 적고 지저분해 오지 않았다”며 “주변 환경도 밝아지면서 동생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내 곳곳에 조성하고 있는 상상어린이공원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 ‘항해사의 하루’ ‘알쏭달쏭 착시나라’ 등 테마별로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100개의 공원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 장상규 공원디자인팀장은 “2010년까지 300개의 상상어린이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상어린이공원에 주민들의 반응이 좋은 데는 이유가 있다. ‘알쏭달쏭 착시나라’에는 요술거울과 그림자 시계가, ‘공룡 세계 여행’에는 공룡알과 공룡뼈 조형물 등을 설치하는 등 어린이와 주민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데다 주민과 전문가들이 공사 과정을 꼼꼼히 점검한 덕분이다.

구청은 공공근로자를 공원에 배치해 주변을 청소한다.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송파구 가락본동 경로당 회장 김문규(74)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깨끗한 곳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통장단과 부녀회장단이 순번을 정해 환경 점검을 한다”고 말했다. 상상어린이공원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울산·대전 등 9개 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하고 갔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공원에 정자나 벤치 등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 사당동의 까치어린이공원에서 만난 이금례(71) 할머니는 “공원이 깨끗해져서 좋기는 한데 앉을 곳이 없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공원에서는 노숙자나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서울시 안승일 푸른도시국장은 “휴식 공간 부족 등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어린이와 주민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원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강갑생 기자, 권보람 (고려대 심리학과)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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