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오페라 페스티벌 새별]3'미미'役 소프라노 이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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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는 11월 열리는 98오페라페스티벌의 오디션에서 푸치니의 '라보엠' 과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 중 아리아를 불러 미미역 (役) 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소프라노 이지연 (36.李枝姸) 씨. 그는 당초 창작오페라 '논개' 의 연출을 맡은 문호근씨에 의해 논개역에 발탁됐다가 최종 '라보엠' 의 미미역을 맡았다.

李씨는 창작오페라와 인연이 깊다.

대우합창단 독창자로 활약하던 88년 김자경오페라단이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오페라 '솔로몬의 노래' (작곡 이건용)에서 프리마돈나인 술람미 여인역을 맡기도 했다.

결혼과 출산은 여성음악인들에게는 시련과도 같은 것. 아들이 3살 되던 92년 겨울 李씨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인 남편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해 뉴욕으로 만학 (晩學) 의 길을 떠났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유학 후 처음 도전한 95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결승진출이라는 뜻밖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자신을 얻은 그는 내친 김에 96년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콩쿠르에 도전해 우승한데 이어 지난 6월에도 6백여명이 몰린 뉴저지 국제오페라콩쿠르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 '피가로의 결혼' 의 백작부인.수잔나, '라보엠' 의 미미, '돈 파스콸레' 의 노리타, '리골레토' 의 질다, '라 트라비아타' 의 비올레타 등 굵직한 역 대부분을 거쳤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있는 배역은 미미.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4막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대구 YMCA어린이합창단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때는 가야금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다시피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둬야 했지만 성악가의 꿈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숙명여대에서 이순희교수를 사사한 그는 "엄마가 평범한 주부였으면 좋겠다" 고 입버릇처럼 내뱉는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함을 느끼지만 아직은 오페라 무대가 아늑하게만 느껴진단다.

앞으로의 희망은 국내 창작오페라를 외국 무대에 소개하는 일.

▶현재 즐겨듣는 음반 =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주연의 오페라 '라보엠' (EMI)

▶목소리의 특징 = 콜로라투라 또는 리리코 레제로 (서정적이면서도 가벼운 소리)에서 리리코 스핀토 (서정적이면서도 강한 소리를 내는 소프라노) 로 전환중.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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