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553㎜ … 서울 69년 만의 큰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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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경기지역에 호우경보와 강풍특보가 내려진 14일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이 비바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새벽에 그치고 장마전선은 15일 오후 남해상으로 물러났다 이번 주 토요일에 다시 북상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선경 인턴기자]

14일 강풍을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로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2시5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터널공사 현장 절개지에서 토사 120t가량이 경춘국도로 쏟아져 내렸다. 이 사고로 서울에서 춘천 방면으로 달리던 쏘나타 승용차와 도로변에 정차 중이던 트럭이 매몰돼 승용차에 타고 있던 안모(51)씨가 숨졌다. 트럭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50분에는 경기도 성남시 갈현동 소하천에서 부인과 함께 산책을 하던 김모(73)씨가 하천에 빠진 물건을 주으려다 실족해 실종됐다.

오후 1시쯤에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택가 도로변의 가로수가 강한 비바람에 쓰러지면서 인근 전선을 덮쳐 주변 주택가가 한때 정전됐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강변북로에서 길이 2.5m, 높이 5m의 도로 옹벽이 붕괴됐고,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의 용수로 30m가 유실됐다. 인천 영종도 덕교선착장에서는 레저보트 4척이 바닷물에 잠겼다. 강원도 설악산·오대산·치악산 등 11개 국립공원 등산로는 이날 오전부터 입산이 통제됐다.

항공기 결항 사태도 빚어졌다. 오전 9시30분 도착 예정이던 중국 칭다오발 중국국제항공 133D편 등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려던 3편의 항공기가 악천후로 결항했다. 다른 3편의 중국발 항공기는 다롄으로 회항했다.

또 김포와 부산·제주·포항·여수 등을 오가는 항공기 69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오전 10시35분 제주를 떠나 김포공항으로 가던 이스타항공 206편 등 3편은 운항 도중 강한 비바람을 만나 청주공항으로 긴급 대피했다. 인천·목포·군산·포항 등지의 연안여객선 24개 항로 33척도 결항됐다.

서울에선 한강 수위가 올라가 잠수교(통제수위 6.2m)가 이날 오후 1시부터 사람뿐 아니라 차량 통행도 전면 통제됐다. 청계천변 산책로와 중랑천 둔치도 한때 시민 출입이 제한됐다.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서천리를 잇는 강변순환도로, 인제 고사리 장수쉼터 앞 31번 국도, 국도 46호선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길이 침수 또는 토사 유출로 통제되는 등 서울 6곳, 경기 11곳, 강원 1곳 등 18개 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안 되고 있다.

오후 10시 현재 경기도 안산시 23가구, 의왕시 19가구 등 주택 50가구가 침수됐다. 농경지는 경기도 하남시 10㏊ 등 11㏊가 물에 잠겼다. 북한강 수계 댐들은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한강 수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팔당댐을 비롯해 청평댐·의암댐·춘천댐은 이날 수문을 열고 물을 하류로 보냈다.

한편 국세청은 집중호우와 장마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의 납부 기한을 9개월 연장해 주기로 했다.


◆15일에도 비 예고=호우경보·주의보가 내려진 14일 오후 서울·경기·강원영서 지방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시간당 30~70㎜의 강한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경기도 과천시에는 282㎜, 남양주시 창현리에는 268㎜의 비가 내렸다. 또 서울·수원·인제·홍천 등지에도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 지역은 장마가 시작된 6월 20일부터 14일까지 15일 동안 6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이는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940년의 같은 기간 강수량 989.2㎜와 1930년 731.6㎜ 다음으로 많다. 이달 들어서도 14일까지 553㎜의 비가 내려 4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7일 전남 장흥에서 시간당 57㎜, 광주광역시에서 70㎜, 경남 마산에서 59㎜가 내렸는데 이는 7월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고, 부산도 시간당 최고 73㎜가 내려 91년 7월 15일 역대 최고치와 같은 기록을 세웠다. 부산과 마산은 이날 7월 하루 강수량 최고 기록도 깼다.

기상청은 “북한지방으로 저기압이 지나가면서 그 뒤에 한랭전선이 형성됐고, 이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천둥·번개와 강풍을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서해와 한반도 상공으로는 북쪽의 찬 공기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저기압이 발달하고 그 뒤를 따라 한랭전선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 대륙 쪽에는 장마전선이 그대로 유지됐다.

기상청은 한랭전선이 14일 밤 남해안으로 남하한 뒤 다시 장마전선을 형성하고, 중국 대륙 쪽 장마전선과도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하창환 통보관은 “15일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으로부터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장마전선에 수증기를 다량 공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15일 오전까지 남부지방에는 15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말했다.

강찬수·김기찬 기자 , 사진=이선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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