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지역경제 주름살 … 경남, 국제합창제 중단 82억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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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남 창원의 C호텔은 7일 개막해 17일까지 창원·마산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콰이어챔피언십 2009’ 행사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합창단원 등 44명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10일부터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이 호텔에는 대만 팀 23명, 춘천시립합창단 33명, 홍콩 팀 76명이 투숙하기로 예약됐었다. 호텔 예약부 최모(34) 주임은 “객실료 등으로 2600만원의 수입이 예상됐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마산 R호텔도 객실 200개의 예약이 취소돼 2000여만원의 수입을 날렸다. 이 대회에는 외국 67개 팀 2540명, 국내 98개 팀 436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신종 플루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자치단체와 숙박업소, 음식점 등에 비상이 걸렸다.

월드콰이어챔피언십 개최를 위해 경남도는 개최권을 갖고 있는 독일의 인터쿨투르재단에 47억5000만원의 분담금을 지급했다. 국제사무소 운영, 해외광고, 국제심사위원 경비 명목이다. 행사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지만 이 분담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계약서에 환불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고, 사후 정산 규정이 있지만 해외출장 등 현지 실사가 필요해 이마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또 조직위원회의 운영비와 행사 대행 경비로 각각 15억원, 20억원이 나가 적어도 82억원을 날리게 됐다. 경남도의회 김미영(47) 의원은 “경남도가 급조된 대회를 유치해 실패했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시는 제10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23~25일) 개최를 위해 행사비 8억원 중 상당부분을 홍보물 제작, 신문·방송광고, 항공권 구매 등에 지출했으나 행사가 취소돼 허탈한 표정이다. 이 축제에는 50여 개국 청소년 370여 명 등 10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서재풍 여수시 축제지원담당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축제를 준비했으나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국제합창제조직위원회는 국내외 60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15~19일 열기로 한 제주국제합창제의 방역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5개국 9개 외국 팀(170명)이 입국할 예정이기 때문. 조직위는 인도네시아의 2개 팀 61명에 대해선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정밀점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중 공항·부두·관광지를 순회하며 열려던 콘서트의 경우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취약계층 1336만명에 접종=정부는 11월 신종 플루 예방백신을 아동·학생·군인 등 감염 취약계층 1336만 명에게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아동·임신부 등 취약 계층 420만 명 ▶집단생활로 감염이 우려되는 초·중·고생 750만 명 ▶군인 66만 명 ▶방역의료인·경찰 100만 명이 우선 접종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예방백신 구입비용으로 1748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백신접종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신종 플루 취약계층과 필수접종계층을 선별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먼저 접종하고 여분이 생기면 일반인에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플루 백신은 최근 녹십자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해석·황선윤·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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