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어디로 가나]상.명암 엇갈리는 지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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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경제는 지금 외적으로 금융위기, 내적으로 디플레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동유럽.남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미.유럽 등은 별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확산이 과연 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사태로 치달을 지 3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러시아의 전격적인 모라토리엄 (지불유예) 선언과 루블화 평가절하 조치는 향후 세계 금융시장에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은 17일 각국 증시의 상반된 모습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도쿄 (東京)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이날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끝에 올들어 세번째로 15, 000엔이 붕괴됐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반면 뉴욕 증시는 1.78%가 올라 8, 500대를 회복했다.

러시아 사태가 미국 경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결국 살아남는 것은 미국" 이라는 자신감이 우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증시조차 0.16%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주가 흐름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확산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말해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즉 일본을 제외한 서방선진 7개국 (G7) 경제의 순항과 신흥 시장의 몰락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 아시아.남미 증시가 속속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의 뭉칫돈이 미국.유럽 말고 달리 흘러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고용 안정.소비지출 확대는 미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소비 지출은 1분기에 6.1% 증가한데 이어 2분기에도 5.8%나 늘어났다.

유럽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가 잘 돌아가는 편이다.

유럽연합 (EU) 회원국들은 향후 3년간 최고 3%의 성장이 무난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아 위기라고 해봤자 EU 회원국의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중남미.동유럽 등지에 포진한 개도국들은 갈수록 태산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등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이라는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한국.인도네시아.태국의 상황은 좀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위안 (元) 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엔화 약세^양쯔 (揚子) 강 홍수피해 확대^루블화 평가절하 등 잇따른 악재 때문에 그야말로 앞뒤로 금융위기에 포위된 형국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병동 (病棟)' 밖에는 세계 도처의 개도국들이 그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것은 ^국제 유가.원자재값 하락^재정적자 확대^투기자본의 공세 등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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