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금호미술관 '드로잉 횡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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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드로잉은 주로 선 (線) 으로 표현된 이미지를 가리킨다.

미술용어사전에 '밑그림' 이라는 단어로 정의돼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대개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하지만 오늘날 드로잉은 예술작품의 기초작업일 뿐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도를 지닌 독립된 장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로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가 금호미술관에서 9월 6일까지 열리고 있는 '드로잉 횡단전' 이다. 02 - 720 - 5114.

조각과 회화.사진 분야의 작가 15명이 각기 다르게 표현한 드로잉 작업들을 통해 보조 역할이라는 기존 드로잉 개념을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 새롭게 정의 내리고 있다.

연필과 붓을 사용해 전통적인 드로잉 개념을 주로 보여주고 있는 회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 3층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두드러지는 2층 전시실이 좀더 눈길을 끈다.

물론 회화작가들의 경우도 한국화가 김선두.강경구씨의 경우처럼 장지나 한지를 사용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업들은 기존의 드로잉과 다른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조각과 사진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돼 있다. 조각가들의 드로잉은 역시 입체적 조형감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종이 위에 연필 등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재료의 사용 면에서도 조각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이길래씨가 쇳가루를 썼다거나 김창세씨가 철 조각 위에 용접기법으로 드로잉 한 것이 좋은 예. 나무판 위에 콜타르로 표현한 정현씨 작업이나 실제 나뭇잎을 붙이고 그 옆에 똑같은 형태를 그린 이형우씨의 작품도 흥미롭다.

밑그림이라는 개념으로만 보면 드로잉이 전혀 필요없어 보이는 분야가 사진이다.

때문에 사진가들의 출품작이야말로 이번 전시의 의도, 즉 독립된 미술장르로서의 드로잉의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선을 칠한 작업 등 다른 작가들에 비해 다양한 색 사용과 테크닉이 두드러진 작품이 대부분이다.

큐레이터 신정아씨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드로잉의 예술적 영역을 넓힌 작업들을 주로 골랐다" 며 "관람객들은 드로잉이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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