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아파트 매입 신중치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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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상실한 검찰은 더 이상 검찰이 아니라는 비상한 각오로 직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관련, “공익 관련 부분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표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한쪽(인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무부 수사공보제도 개선위가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공안통’이란 지적에 대해선 “권위주의 시대 때의 부정적인 의미의 공안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 때 공안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천 후보자는 이후 야당 의원들의 거센 추궁에 직면해야 했다. 천 후보자가 서울 신사동 아파트를 살 때 15억여원을 빌려 준 사업가 박모씨와 관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후보자는 박씨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후보자가 2004년 8월 골프채를 갖고 박씨와 같은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는 기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는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증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0일에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천 후보자의 부인과 박씨가 똑같이 3000달러짜리 샤넬 핸드백을 샀다”며 “후보자는 만약 (수사할 때) 이런 리스트를 제출받으면 포괄적 뇌물죄로 기소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천 후보자는 “2004년 휴가철이어서 비행기에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았다. 박씨가 그 비행기에 함께 탔는지는 모르지만 같이 간 기억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천 후보자는 박 의원이 “자녀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네”라며 시인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천 후보자가 동생에게 5억원을 빌린 것과 관련, “2000~2001년 동생의 체납증명서를 떼 봤더니 재산이 없어 세금을 안 낸 것으로 돼 있다”며 “세금도 못 낸 사람이 어떻게 5억원을 빌려 주느냐”고 추궁했다. 천 후보자는 “동생에게 물어봤더니 전산 처리가 잘못됐다고 했다. 다 냈다고 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또 천 후보자의 동생이 자본금을 납입한 회사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다 천 후보자가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W회사와 관련돼 있다는 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한 사안으로 봐주기 의혹 제기는 전혀 근거 없다”고 밝혔다.

이춘석(민주당) 의원은 “증빙서류만 봐도 후보자의 2년간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면 출처 없는 돈이 1억여원이나 된다. 다른 후원자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천 후보자는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천 후보자를 엄호했다. 주성영 의원은 “검사 생활 24년 동안 재산이 14억원에 아파트 한 채면 보기 드물게 청렴하게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매입을 위해 거액을 빌린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천 후보자는 “신중치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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