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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친구 …’ 곽경택 감독 “영화와는 다른 결말 끝까지 봐주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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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영화감독 곽경택(43·사진)은 ‘아리따운 사나이’다. 영화 ‘친구’(2001) 이후 “하고한 날 사나이 영화냐”는 질타에 시달렸던 그는 이태 전 ‘사랑’이란 영화로 아리따움의 기슭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징글징글한 멜로 영화로 그는 사나이와 아리따운 사랑 얘기를 접붙일 줄 아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8년 만에 영화 ‘친구’를 드라마로 되살렸다.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매주 토·일요일 밤 10시50분)은 사나이 영화의 스토리에 아리따운 멜로 라인을 덧씌운 드라마다. 영화 ‘친구’로 관객 800만명을 끌어당겼던 그이기에 사랑 이야기가 첨가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기대도 컸다.

◆“드라마 적응 기간이 필요”=“처음엔 영화와는 전혀 다른 사나이 이야기를 썼어요. 동수는 호남의 조직 폭력배로, 준석이는 야쿠자의 한국 지부로…. 쓰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영화 원형을 지키면서 멜로 라인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메가폰을 잡은 지 12년 만에 드라마 연출은 처음이다. 안 된 말이지만 첫 드라마의 성적표는 개운치 않다. 6회까지 시청률 10%를 채 못 넘기고 있다. “충격이었죠. 모자이크 처리된 장면이 거슬린다는 불만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라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익숙함이 돌이킬 수 없는 단점일 수도 있다. 영화를 그저 늘여놓은 듯한 드라마에 몰입되기란 쉽지 않을 터. 드라마의 주인공인 현빈(동수)과 김민준(준석)을 보면서 자꾸만 영화 속 장동건·유오성이 떠오르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저 역시 동건이 대신 빈이가 있고 오성이 자리에 민준이가 있는 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뒤집히더라구요. 적응 기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한 현빈과 민준이에게 높은 점수를 주실 수 있을 겁니다.”

하긴 첫 방송을 본 장동건도 현빈에게 “거봐, 잘 되잖아”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 속 대사까지 옮겨 놓은 건 너무했다 싶다. “영화 ‘친구’라는 강렬한 기억이 있는 한 누가 감독을 맡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오죽 고민됐으면 스탭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했겠어요. 결국 영화에 나온 장면에선 대사를 조금씩만 고치자는 쪽으로 결정했죠.”

◆영화와는 다른 결말=하지만 이 드라마를 영화의 판박이라고 말하기엔 이르다. 곽 감독은 결말을 숨겨뒀다. 드라마 초반에 “마이 무따 아이가” 장면이 슬쩍슬쩍 나오는 건 단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론 마지막회에 영화와는 다른 결말이 펼쳐진다. “영화가 조직폭력배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드라마에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하는 인생을 사는 인물을 강조했어요. 준석이가 동수를 죽인 이유 등 영화의 모호한 결말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대답을 줄 겁니다.”

그는 애초 드라마 제목을 ‘친구, 그 못다한 이야기’로 정했었다. 두 시간짜리 영화에 다 담지 못했던 에피소드와 메시지를 풀어냈단 뜻이다.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고전하는 그의 ‘못다한 이야기’는 이제 열 네편 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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