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배우의 폭발력, 일본은 도저히 못 따라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11일 오후 일본 도쿄 자유극장. 500석 규모 극장에선 최근 한국에서도 개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공연중이었다. 객석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고전중이지만,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5월 개막한 작품은 4개월 만인 9월에 막을 내릴 예정이다.

2006년 ‘라이온 킹’ 한국 공연 앙상블로 극단 ‘시키’와 인연을 맺은 조상웅씨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역을 개성있게 소화해 ‘시키’ 주역급 배우로 성장했다는 평을 들었다. 조씨 외에도 ‘시키’에는 45명의 한국 배우가 주역으로 부상중이다. [사진 작가 우에하라 타카시 제공]


◆저항에 익숙하지 못하다=‘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06년 국내 첫 뮤지컬 전용관인 샤롯데에서 ‘라이온 킹’을 공연해 한국에도 낯익은, 일본 뮤지컬 전문극단 ‘시키(四季)’의 작품이다. 작품이 처음 기획될 때부터 아사리 게이타(76) 대표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 때문에 썩 내켜하지 않았지만, ‘미국 브로드웨이 최신작’이란 점을 고려해 도전했다는 후문이다.

‘4개월 만의 폐막’이란 흥행 결과에 대해선 분석이 다양하다. “권력과 주류 사회에 ‘순치(馴致)’된 일본 문화에서 저항과 일탈은 낯설었다”란 사회학적인 의견부터 “‘라이온 킹’ ‘위키드’ 등 가족 뮤지컬 극단을 표방한 ‘시키’의 고정 관객과 맞지 않았다”는 진단도 있었다. ‘시키’ 관계자는 “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레퍼토리로 매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46명=흥행으론 재미를 못 보았지만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출연한 한국 배우 조상웅(26)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조씨는 이번에 ‘모리츠’역을 생동감있게 보여줘 팬클럽이 생겨났다. “꽃미남의 외모지만 친근했다” 등의 관객 평이 이어졌다. ‘시키’ 내부 연출위원회에서도 “고뇌하는 모리츠의 모습을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해냈다”고 평했다.

‘시키’에서 활동중인 한국 배우는 46명에 이른다. 이중 으뜸 배우로는 9월 한국 무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역을 맡는 최현주(28)씨가 꼽힌다. “‘시키’의 보석 같은 배우”란 평가와 함께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최현주·조상웅씨 이외에 주역급 배우는 3명이다. 최근 ‘위키드’의 ‘엘파바’역으로 급부상한 이정혜(26)씨는 유창한 일본어와 고음 처리 능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리아를 연기한 최은실(32)씨는 풍부한 성량으로, ‘캣츠’의 ‘럼텀터거’역을 소화한 김준현(32)씨는 개성있는 음색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키’ 관계자는 “한국 배우들은 본능적이다. 열정과 폭발력은 일본 배우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주엔 ‘시키’ 입단 오디션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서울예술대학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국 배우 36명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매일 보컬 트레이닝·발성 연습·발레 레슨 수업 등이 열린다. 내부 오디션을 통해 다양한 작품에 설 수 있다”는 점 등을 ‘시키’의 매력으로 꼽는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입단만 하면 매월 20만엔(약 284만원), 경력 2년차가 되면 25만엔(약 355만원)을 받는다. ‘시키’에서 활동중인 한 한국 배우는 “ 한국에선 아무리 잘해도 외모가 출중하고 스타성이 있어야 한다 ”고 토로했다. 당분간 한국 배우들의 ‘시키’ 진출과 활약은 이어질 전망이다. 

도쿄=최민우 기자

◆일본 극단 시키(四季)=7월14일이면 정확히 창립 56년을 맞는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극단이다. 일본 도쿄는 물론, 나고야·교토·오사카 등에 전용 극장(현재 8개이며 내년엔 10개로 늘어난다)을 갖추고 있어 “하루도 쉬지 않고 일본 어디에선가 ‘시키’ 공연은 올라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소속 배우만 700여명이며, 연매출 250억엔(약 35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모든 작품의 티켓가격을 20% 낮춰 “어려울수록 국민과 함께하는 극단”이란 평가까지 얻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